연말 극장가 채운 추억의 명작들…그리고 ‘매드맥스’

입력 2016-12-12 00:01 수정 2016-12-12 00:12

시린 연말을 데워줄 선물 같은 소식.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던 추억의 명작들이 다시 극장 스크린에 걸린다. 뮤지컬, 로맨틱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까지 장르를 망라한 영화들이 재개봉된다.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 ‘시카고’(2003) ‘오페라의 유령’(2004)은 오는 15일, 로맨틱 코미디의 바이블이라 할 만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이 29일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센세이셔널한 호응을 불러일으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22일 흑백 버전을 선보인다.

‘시카고’는 개봉 당시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석권했다. 원작 뮤지컬과 차별화되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스타를 꿈꾸는 록시(르네 젤위거)가 교도소에서 최고의 디바 벨마(캐서린 제타 존스)와 변호사 빌리(리차드 기어)를 만나 뜻밖의 유명세를 얻는 과정을 그린 영화. 화려한 쇼 무대는 물론 춤과 의상, 무대구성을 완성도 있게 구현해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은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괴신사 팬텀(제라드 버틀러)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에미 로섬)을 짝사랑해 벌어지는 스토리다. 원작 초연 30주년을 맞아 4K(고해상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내놓게 됐다. 현재 뮤지컬 ‘팬텀’(∼내년 2월 26일·블루스퀘어)이 공연 중이기도 해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만인의 연인’ 멕 라이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그의 대표작 두 편이 나란히 극장에서 상영된다. 연애 관점이 다른 두 남녀가 12년간 운명 같은 만남을 반복하다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라디오 사연을 통해 시애틀에 사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두 작품 모두 ‘로코의 대모’ 노라 에프론이 각본을 썼다.

지난해 국내에서 400만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권력자를 향한 피지배계급의 통쾌한 반란을 응원하는 작품이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대립이 도드라진다. ‘블랙&크롬’이라는 부제를 단 흑백 버전은 이 같은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낸다.

조지 밀러 감독은 “트렌드에 따라 화려한 색상들로 다이내믹함을 주어 개봉했었지만 (매드맥스 같은) 포스트 묵시록 영화에는 흑백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절망적인 시대에도 어떤 횃불, 이를 테면 인간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