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이었다. SBS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의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1995년 2월부터 21년간 방영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청률이 크게 떨어져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SBS는 종영 당시 “폐지가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약 9개월이 흘러 SBS는 새로운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본격연예 한밤’이었다.
안교진 PD는 방송 전날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6년에 맞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가치가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연예정보 중 시청자들이 좋아할 정보를 골라 전달하는 ‘큐레이션(Curation·선별)’ 개념을 도입했다”면서 “과거와는 다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제작진의 말은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거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기존 연예정보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은 ‘거리의 노래, 2016년을 위로하다’는 꼭지에서 촛불집회와 대중가요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인 뮤직비디오 감독 차은택의 이야기를 전한 코너는 방송 이후 큰 화제가 됐다. 방송시간 45분 중 15분을 이 코너에 할애했다.
‘뮤직비디오 감독→드라마 연출 도전→슬럼프→문화계 황태자 등극’으로 이어지는 차은택의 인생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변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과거 연예뉴스는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만 유통됐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시민들은 온라인 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예뉴스를 접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발표회, 가수들의 콘서트 현장과 대기실 모습 등도 인터넷에서 생중계되는 일이 빈번하다.
SBS가 ‘본격연예 한밤’을 통해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여타 지상파가 내보내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시대 변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S 2TV ‘연예가중계’, MBC ‘섹션TV 연예통신’ 등은 방송의 상당 부분을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광고촬영 현장 소개, 개봉을 앞둔 영화의 주연 배우 인터뷰 등 다뤄지는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인기도 크게 떨어져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매주 3∼6% 수준을 맴돌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뉴스 매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층 보도나 대중문화 비평 등의 대안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면서 “지금 같은 내용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대중문화시장에서 ‘홍보 창구’로서의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쇠락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돌파구는 없나?
입력 2016-12-1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