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세계의 눈도 대한민국 국회를 향했다. 미국 CNN방송과 일본 NHK방송 등 각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긴급 속보를 내보내며 탄핵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외신들은 특히 향후 한국 정세가 불안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 국회가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역사적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훌쩍 넘는 234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첫 여성 대통령의 충격적인 추락(stunning fall)”이라는 표현을, AFP통신은 “‘국가와 결혼했다’며 청와대로 들어간 정치인의 명예가 깜짝 놀랄 만큼 추락했다”는 비유를 들었다.
CNN은 “대통령이 소속된 당에서조차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이 많았다”며 탄핵안 가결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BBC방송은 “수천명의 성난 시위대가 국회 밖에서 표결을 기다렸고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했다”고 분위기를 묘사했다.
탄핵안 가결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정치와 경제, 외교정책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에 이어 탄핵안까지 통과돼 한국 미래가 한층 더 불확실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탄핵안 가결은 최순실에 무능하게 조종당했던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며 “야당은 현 상황을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이자 새 시대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나라당 주도의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회가 국민이 함께 탄핵에 나선 것이어서 박 대통령이 되살아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향후 탄핵 절차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을 차례로 꼽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AP “첫 여성 대통령의 충격적인 추락”
입력 2016-12-09 18:07 수정 2016-12-09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