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재계는 ‘부결보다는 낫다’며 환영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향후 정국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내년 이후 경제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악재를 빨리 추스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탄핵으로 힘을 잃은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 ‘피해자’로 분류됐던 기업이 공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9일 하루 동안 탄핵 가결 여부는 모든 기업의 관심사였다. A기업 관계자는 “삼삼오오 사무실 TV에 모여 긴장감 속에 방송을 지켜봤다”며 “업무 탓에 TV를 볼 수 없는 인원도 몰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챙겨볼 정도”라고 말했다. 여의도 인근의 한 기업 관계자는 “국회로 가보겠다며 반차를 낸 젊은 직원들이 꽤 있다”며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직원도 많았다”고 말했다.
재계는 탄핵을 통해 현 시국이 일단 안정기에 접어드는 걸 환영하는 분위기다. B기업 임원은 “최순실 사태로 수출이나 제품 판매 면에서 좋지 않은 기류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탄핵 가결이 그나마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대관팀 관계자도 “부결됐다면 국민여론이 더 나빠지고, 사태 진정이 안돼 혼란이 커질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법과 제도에 따라 향후 국면이 안정돼야 내년 이후 사업계획도 제대로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 내부에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핵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에 뇌물죄가 성립될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C기업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구속되면 각 그룹 총수와의 독대 내용 등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며 “새로운 리스크가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정치권이 내년 이후 밀려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D기업 임원은 “탄핵 가결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만큼 이제 국가 내부 경제와 살림살이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경제정책 등이 정치 논리에 밀리지 않도록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허경구 기자 foryou@kmib.co.kr
기업들, 일단 환영 속 공범 지목될까 우려도
입력 2016-12-09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