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끝 아니라 시작” 안철수“부패와의 싸움” 유승민“고통스런 표결”

입력 2016-12-09 18:29 수정 2016-12-10 00:2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서영희 기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맨 뒤에 앉은 김무성 전 대표가 눈을 감고 있다. 서영희 기자
여야 대선 주자들은 9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정치개혁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야권 주자들은 이번 탄핵을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의 (퇴진)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뿌리까지 썩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책임론’을 집권여당에 집중시켜 향후 대선 정국까지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정권의) 몸통인 새누리당과 뿌리인 재벌체제에 대한 탄핵이자 대한민국의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종언”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심리에 착수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탄핵 추진에 앞장섰던 여권 잠룡들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은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 헌법 질서를 지켜가면서 앞으로 정치 혁명을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도 “참담한 심정”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탄핵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자성도 제기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탄핵 가결을 환영하면서 “국가 개조는 새누리당 해체에서 시작해야 하고, 서청원 의원 등 ‘진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국민의 심판에 새누리당은 오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며 신속한 개혁을 주문했다.

‘의원직 총사퇴’ 배수진을 쳤던 야권은 기대 이상의 압도적 가결에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탄핵안 가결 직후 “국회와 정부가 국정 안정과 민생 안정을 위해 협력하자”며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2일 표결은 부결이었고, 9일 표결은 승리였다고 자랑하지는 않겠다”며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던 신경전에서 한 발 물러났다. 야3당은 조속히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해 민생 등 당면 현안을 챙기기로 했다.

‘1호 당원’ 박 대통령 탄핵 앞에 새누리당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표결에 앞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가 공개 설전(舌戰)까지 벌여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한 상황이었다.

탄핵 직후에도 양측은 미묘한 엇박자를 냈다. 친박계 지도부는 “유구무언(有口無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거취 문제는 “추후 논의하겠다”고 했다. 비주류의 즉각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비주류 황영철 의원은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헌 집을 허물어야 한다”며 인적 쇄신론을 제기했다. 김성태 의원도 “엄중한 국민적 분노에 따라 정치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 40명은 본회의장에서 탄핵안 의결을 지켜봤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탄핵은 단순히 대통령을 쫓아내는 의미를 넘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는 출발점”이라며 “진실에 다가가는 현장을 보고자 왔다”고 말했다.

정건희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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