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옷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있던 40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눈물을 쏟았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김도언(당시 단원고2)양의 어머니 이지성(47)씨는 “탄핵안 가결은 세월호 참사로 스러진 아이들이 만들어준 것”이라며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영빈 세월호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이 개정되거나 2기 특조위를 위한 법률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방법이 안 보인다”며 여전히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여의도 국회 앞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 헌법재판소와 국회, 정치권이 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SNS와 전국 각지에서는 탄핵 가결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탄핵안 표결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가결 발표와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강원도 속초에서 온 엄재연(18)군은 “예상은 했지만 막상 가결되니 아주 기쁘다”며 “책으로만 배우던 역사적 사건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니 감개무량하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오후 7시부터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탄핵안 가결을 축하했다. 시민들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 콘서트 ‘물러나쇼’를 관람하며 축제를 즐겼다. 퇴근하자마자 아내와 딸을 데리고 광장으로 나온 오승모(47)씨는 “회사에서 표결하는 걸 보며 조마조마했는데 매우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광주광역시 새누리당 광주시당 앞에서 대형 TV 스크린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회사원 이모(39)씨는 “대학교나 취업 합격자 발표 때만큼이나 겁나게 살 떨린 한 시간이었지라.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조속히 인용 결정을 해야 한당게”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환호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탄핵 가결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의 반영”이라며 “탄핵안 가결이 끝이 아니라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상인 이모(50·여)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건 맞지예. 그래도 탄핵까지 당하는 거 보니까 맘이 불편타 아입니꺼”라며 안타까워했다.
공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에 당부를 전하는 시민도 많았다. 공기업 직원 양모(28·여)씨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려웠던 것이 개탄스럽고 반대 및 무효, 기권 등 비겁한 결정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국제시장 상인 김모(60)씨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이렇게 되니 억수로 안타깝네요”라며 “그러나 국회가 분노한 민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올바른 결정을 내린 만큼 헌재도 제대로 판단해야 합니데이”라고 말했다.
SNS와 전국 각지에서는 탄핵 가결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출판사 창비는 탄핵안 가결 후 페이스북에 “그냥 기분이 좋아서 쏩니다”라며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 등 3권을 무료 증정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탄핵 기념’이라며 커피와 롤케이크 등을 선물하겠다는 트윗이 연달아 올라왔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분식집에서는 ‘박근혜 탄핵안 국회 통과되는 날, 떡볶이 공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료로 떡볶이를 제공했다. 부산 해운대의 비즈니스호텔 호텔109는 이날 하루 51개 전 객실 숙박요금을 받지 않았다.
임주언 이가현 오주환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역사적 사건 감격”… 거리서 SNS서 축하 물결
입력 2016-12-09 17:37 수정 2016-12-10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