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TV로 생중계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을 지켜봤다. 오전엔 핵심 참모들도 따로 만나지 않고 홀로 탄핵 이후 행보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 대통령이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방향을 잡은 뒤로 참모들도 담담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막상 표결이 임박하자 국회와 여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234표로 가결된 직후 오후 5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국무위원 간담회는 청와대 위민관 영상국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국무위원 간담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자 당일 밤 예정돼 있던 국무회의 명칭을 간담회로 바꿔 진행했다. 탄핵소추의결서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표결을 앞두고 칩거했던 박 대통령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표결 당일에도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남 창원에 있는 고속철 차량 제작업체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점심을 먹다가 가결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 몇 달 뒤에도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녁까지는 아직 권한이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잡기’에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은 구조 진행 상황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해명 글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라고 말해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을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 전체가 담긴 동영상을 게시한 뒤 “앞부분의 총력 지시 등은 모두 생략하고 구명조끼 부분을 최초 발언처럼 부각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朴, TV로 지켜봐… 가라앉은 청와대
입력 2016-12-09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