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치권의 개헌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개헌론자들은 박 대통령의 실정이 개헌의 최대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이들은 개헌논쟁이 국정 수습의 방해물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여야 비주류 간 합종연횡 조짐도 드러났다. 조기대선이 궤도에 오를 경우 개헌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9일 “연내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에 이어 최순실 특검과 최순실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현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게 돼 개헌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사무총장은 19대 국회에서 개헌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합의만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87년 체제에서 6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모두 사적인 문제에서 실패했다”며 “그런 것을 종합하면 자연적으로 정치 폐습에 대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야권 주요 대권주자들은 조속한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헌 논의가 동력을 얻기 힘든 조건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탄핵정국 이후 국정 수습을 방해할 것이라는 논리도 나온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을 꺼내면 정치적 상황을 혼란하게 만들 수 있다”며 “현재는 개헌 얘기는 꺼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연대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적극적 개헌론자들은 모두 여야 비주류 진영이다. 여기에 내년 1월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을 명분으로 제3지대에 합류하면, 정계 개편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대선을 앞둔 각 진영의 정치공학적 연대로 비화될 경우 국민적 반감이 높아질 수 있다. 한 야권 인사는 “개헌 진영과 개헌에 부정적인 진영 모두 촛불민심을 자신의 근거로 들고 있다”며 “만약 개헌 논의가 각 정치 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른 것처럼 비치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개헌, 핵심 쟁점 부상했지만 찬-반 팽팽
입력 2016-12-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