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철] 면세산업 경쟁력 유지하려면

입력 2016-12-09 17:24 수정 2016-12-09 21:11

대기업 몫의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을 선정하는 특허심사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면세점 시장점유율(2015년 기준 12.26%)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10위권에 두 개의 업체(3위 롯데, 7위 신라)를 배출한 소위 면세산업 강국이다. 그럼에도 작년부터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 기업들이 일궈놓은 면세산업 경쟁력을 잃게 될까 걱정스럽다.

논란의 출발점은 면세점 특허심사부터 발생했다. 작년 상반기 한화갤러리아와 HDC 신라가 선정되었으나, 선정 결과 발표 전에 한화 주가가 급등하는 등 결과의 사전 유출설이 제기된 바 있다. 사업자 선정 당시 관세청 직원들이 외부와 수백 통의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하반기 심사에서는 25년간 유지됐던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이 탈락하고 신생 두산과 신세계가 선정됐다. 신규 면세점들은 개장 이후 최근까지 대규모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을 보면 과연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가령 대형 유통사업 경험이 거의 없던 두산이 세계 3위의 롯데를 앞섰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세부 심사 기준이나 방법을 공개하지 않아 심사 결과의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다행히 올해는 관세청에서 심사 점수를 공개하기로 하는 등 심사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천명했다. 심사 발표 후 배점표를 중분류 단위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는 최순실 로비가 면세산업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밝혀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작년에 있었던 불투명한 심사의 최대 피해자로 여겨지는 롯데가 면세점 심사의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번 면세점 특허심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결과만을 놓고 이전의 모든 과정에 문제가 있고, 특혜 의혹을 마치 사실처럼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 아니겠는가. 심사위원이나 주무관청 역시 제기된 모든 의혹에 아예 눈을 가리고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심사평가표와 기준에 맞게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준수해야 할 것이다. 만일 또다시 정치적 상황을 조금이라도 고려해 심사를 진행한다면 그 후폭풍은 지금보다 몇 배로 커질 것이고 우리나라 면세산업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씻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세산업은 관광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관광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적인 부문이다. 관광산업은 고용과 경제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수출이 20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인 1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관광을 미래 먹거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여러 정치적 이슈와 성급한 잣대로 40년 가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애써 일궈놓은 국내 면세산업의 저력을 저하시키는 오류를 올해 평가에서는 재연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