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엔 눈엣가시 황교안… 순항할까

입력 2016-12-09 18:33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하기 위해 청와대 위민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 뒤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주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출발은 12년 전 고건 체제 당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고 전 총리는 탄핵소추안 의결 당일 야당 대표이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점도 고 전 총리에게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반면 황 총리는 권한대행 체제 이전부터 ‘박근혜정권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동반 탄핵 가능성도 제기됐다. 권한대행 기간 중 수시로 퇴진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 25일 법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5월 단명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함께 현 정부 출범 이후 쭉 내각에 참여해 왔다.

법무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처리하며 박근혜정부와 코드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의혹을 적극 방어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 총리는 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유언비어에 대해선 불법에 해당되는 것으로 의법 조치도 가능한 것 아니냐”며 맞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대신 국무회의와 총리·부총리협의회 등 각종 회의를 주재해 왔다. 지난달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며 대통령을 대행했다.

황 총리의 이러한 전력 때문에 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총리 교체론을 거론했다. 국민의당이 ‘황교안 대행체제’를 피하기 위해 ‘선(先) 총리 교체론’을 꺼냈다가 접었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지난달 ‘국민추천 총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추 대표는 8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의 뜻에는 내각 총불신임도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황 총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황 총리가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려 할 경우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물론 황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현상유지에 충실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하지만 법무장관, 경제부총리 등 인선부터 현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정책까지 야당과 사사건건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행정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전 총리의 경우 정치적 색깔이 옅었던 데다 스스로 몸을 낮췄지만 공안통인 황 총리의 경우 북한이나 노동문제 등에서 정치적 색깔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황 총리가 정책이나 인선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나 측근에게 보고하는 경우 야당에서 이를 문제 삼아 퇴진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권한대행 체제를 20대 국회의 협치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시험무대로 삼고 대립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총리에 대한 공격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만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9일 “촛불 민심이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한국정치의 협치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권한대행 체제를 놓고 혼란을 거듭할수록 정치권 스스로 불신만 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