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실망하여 실족하지 마십시오

입력 2016-12-11 21:04

혹시 실망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실망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브랜트(David Brandt)는 실망을 세 종류로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중시형’입니다. 자신을 특별히 대우해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사람들에게 자주 실망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냉소형’입니다. 실망이 만성화돼 늘 삶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을 말합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묵종형’입니다. 묵종은 ‘말없이 남의 명령이나 요구 또는 의사를 그대로 따라서 좇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묵종형’은 눈치와 아부 그리고 관심으로 남의 시선을 모아 자신을 정당화하려 애쓰는 이들이 실망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실망’ 그 자체만으로 모든 일들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망은 부정과 분노 그리고 비판을 양분으로 삼아 자신과 남을 해치는 열매를 낳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실망하는 것일까요. 실망은 나의 욕망이 무너졌을 때 옵니다. 결국 실망의 원인은 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실망을 합니다. 그 실망은 대부분 우리의 기대와 소망들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 우리는 침묵하시는 하나님에게 실망을 하곤 합니다.

오늘 본문에도 실망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바로 ‘세례 요한’입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자로 곳곳에서 불같은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그 후 요한은 형제의 아내를 가로챈 분봉 왕 헤롯의 악행을 책망한 죄로 결국 옥에 갇힙니다. 그리고 옥 속에서 제자들을 통해 자신이 세례를 준 예수님의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예수님의 행적은 세례 요한의 소망과는 달랐습니다. 자신은 맹렬히 죄에 대항해 싸우다 수감돼 고통 받고 있는데, 민족의 구원자로 기다렸던 예수님은 세리들의 집에서 음식을 나누고 창기 출신의 여인으로 하여금 발을 씻게 하시며 죄인들과 함께하시다니요. 그래서 요한은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님께서 진짜 예언된 그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요한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너희가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다.” 예수님은 요한과 당시 사람들이 기대했던 화려한 옷을 입은 민족의 해방자요 힘과 권력을 가진 위대한 장군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로 오셔서 가난하고 따돌림 당하며 손가락질 받던 이들과 병든 자들 그리고 이방인들의 친구가 돼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강도들과 함께 매달리심으로 끝까지 죄인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우리들도 세례 요한과 당시의 사람들처럼 예수님을 통해 우리의 기도와 기대가 성취되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그 기대가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그것이 성취되지 않았을 때, 실망과 의심에 빠져 실족해 버리지는 않았을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실족하다’의 원 의미에는 ‘범죄하다’ ‘함정에 빠지다’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의 기대와 생각으로 실망해서 주님께 범죄하지 말고, 사탄이 준비한 함정에도 빠지지 마십시오. 주님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당신의 뜻을 좇는 우리들에게 제자가 되는 ‘복’을 주실 것입니다. 혹시 주님께 실망해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묵상 가운데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님께 돌아오십시오. 기다리고 계시던 여러분이 돌아올 때 사랑의 주님께서 두 팔 벌려 맞아주실 것입니다.

김우준 목사 (일산 맑은샘터루터교회)

약력=△경기도 평택 출생 △루터대 신학과 졸업 △루터대 신학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