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北, 상황 오판 도발 가능성

입력 2016-12-09 17:48 수정 2016-12-10 00:3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의 구두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전예고 없이 공장을 시찰했다고 9일 보도했다. 공장 방문은 8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군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 관계자는 9일 “아직까지 북한군의 특이 활동은 포착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남한의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통해 우리 군과 정부의 대응을 시험해볼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한은 12월 초부터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한 달 사이 9차례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대통령이 바뀐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시험하기 위해 도발할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돌발 행동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한국 상황이 복잡해 북한의 도발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군사 도발이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박근혜정부를 도와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보다 당분간 국내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신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분명치 않은 점도 북한에는 부담이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신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무력시위를 통해 주목을 받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강경책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최근 북한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 간 접촉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며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북·미 관계 개선 또는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기술적 요인으로 SLBM을 발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간 수중 사출시험과 비행시험을 해온 북한이 보다 안정적인 비행시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오후 8시쯤 “특대형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를 저지른 박근혜 역도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끝났다”며 “결정 정족수를 훨씬 넘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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