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몰려든 촛불 “응답하라, 국회”… 탄핵 표결 앞두고 동시다발 집회

입력 2016-12-09 00:06 수정 2016-12-09 01:51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국회와 정당 당사가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는 찬반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진보·보수 성향의 각종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 주변과 새누리당 당사 앞에 총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는 탄핵 결의를 촉구하는 집회가 종일 이어졌다.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구역이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정의당 등이 주최한 모임이 줄줄이 열려 인도를 가득 메웠다.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300m 떨어진 새누리당사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새누리당 평당원 모임, 애국시민연합 소속 회원들이 모여 ‘아 대한민국’을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탄핵 반대’라고 쓴 깃발을 흔들며 김무성 전 대표 등을 비난했다.

오후 7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모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집회를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면서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우의를 챙겨 입고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국회는 탄핵하라”고 함성을 질렀다. 빗방울에 촛불이 꺼지면 다시 붙이면서 시민들은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 하지만 국회를 50m 남겨두고 경찰의 바리케이드에 발이 묶였다. 바리케이드 뒤로 국회는 지붕만 언뜻 보였다.

경찰은 “국회 담장으로부터 100m까지는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라며 “위법한 시위를 계속 이어가면 해산명령을 내리겠다”고 연속 방송했다. 앞서 경찰은 국회 담장부터 100m 인근에서는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열기로 했던 ‘인간 띠 잇기’ 행사도 무산됐다.

시민들은 경찰의 방송에 야유를 보내고 일부는 큰 소리로 항의했다. 그러나 주최 측인 퇴진행동이 질서유지에 나서면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준비한 폭죽을 터뜨리며 경찰의 방송에 항의를 표했고, 경찰의 바리케이드 앞에 만장 수백장을 세워 ‘만장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오후 9시에는 ‘국회광장 주권자 시국대토론’이 열렸다. 당초 토론회는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경찰을 마주보며 현대카드사 앞에서 진행됐다. 시국대토론은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9일에도 이어진다.

이날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 앞, 새누리당사 앞 등에서 5000여명이 모였다. 75개 부대 6700여명의 경찰이 국회 주변과 빌딩가 곳곳에 배치됐다. 9일에도 비슷하거나 더 많은 병력이 투입될 전망이다.

앞서 낮에는 문화예술인 단체인 문화연대,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인 촛불교회, 전국언론노조 등도 여의도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후 1시쯤 경기도 평택시청에서 출발한 전봉준투쟁단 소속 농민 150여명과 트랙터 20여대는 9일 오후쯤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 표결 다음날인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예고된 7차 촛불집회는 탄핵 여부에 관계없이 열릴 방침이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언론국장은 “탄핵안이 가결돼도 물러난 상태가 아니고 직무정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계속 즉각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사모 측은 탄핵 가결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무효화 시위를 벌일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박사모 관계자는 “부결돼도 진보단체가 탄핵을 포기할 때까지 맞불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모도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