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본격 수사를 앞두고 최순실(60·구속 기소)씨가 계산했다는 ‘대통령의 옷값’이 뇌물죄 적용의 변수로 떠올랐다. 최씨가 측근 고영태(40)씨를 통해 제작한 수천만원의 의상과 가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비용을 부담했다면 뇌물 제공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최씨가 비용을 대납했다 해도 “대통령이 모두 지급했다”는 청와대 측 방어 논리를 깨는 무기 확보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고씨는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100벌 가까운 의상과 30∼40개의 가방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옷과 가방의 구입비용을 최씨가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최씨가 결국 대통령에게 4500만원에 가까운 뇌물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해당 의상들은 청담동 일반 의상실에서 못해도 200만원 이상”이라며 “박 대통령 취임 후 새로 구입한 의상이 370벌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옷값만 7억원 이상”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법조계에서도 최씨가 자기 돈으로 대통령 의상비를 결제했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박 대통령이 최씨 부탁을 받고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와 납품계약을 맺도록 돕는 등 각종 이권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최씨의 옷값 대납과 대통령의 민원 해결 행위가 대가성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직거래라는 점에서 대기업들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지원받은 혐의와는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입증이다. 고씨 역시 최씨가 비용을 지불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뿐 돈의 출처는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는 8일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구입한 옷과 가방은 대통령이 (비용을) 모두 정확히 지급했다. 최씨가 대납한 돈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순방이나 공식행사 때 입는 옷이 있고 개인적인 옷도 있지 않겠느냐”며 “용도에 맞게 지급이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의상비 일부에 청와대 예산이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지난 5일 청와대 기관보고 때 이관직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옷이나 가방에 예산을 집행한 적은 없다. 사적인 돈으로 지불할 수 있다”고 증언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다만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현금은 꼬리표가 없어 추적이 어렵다”며 “대통령이 ‘최씨에게 돈을 주고 최씨에게 심부름만 시킨 것’이라고 하면 뒤집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의 옷·가방 비용 지불과 청문회 관련 사항은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향후 고씨를 상대로 증언의 신빙성과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검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의상비 지출 관련 증빙자료를 청와대 측에 요청하는 등 돈의 출처를 확인하는 작업도 불가피해 보인다.
글=지호일 권지혜 기자 blue51@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뇌물죄 적용 변수로 떠오른 ‘대통령의 옷값’
입력 2016-12-08 17:43 수정 2016-12-08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