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日 기부계의 ‘타이거 마스크’

입력 2016-12-09 04:05

7일 밤 일본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유명 프로레슬러 사야마 사토루(59)의 데뷔 35주년 기념행사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호랑이 얼굴 모양 복면을 쓰고 경기를 치러 ‘타이거 마스크’란 별명이 붙은 사야마가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성을 링 위로 소개했다. 6년 전 일본에 익명 기부 열풍을 일으킨 회사원 가와무라 마사타케(43·사진 왼쪽)였다. “영웅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란 걸 알리고 싶었다”며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선 그에게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와무라는 2010년 12월 25일 군마현 마에바시 아동상담소 출입구 앞에 고급 가죽 책가방인 란도셀 10개를 놔뒀다. 레슬링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주인공 다테 나오토란 이름과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짧은 메모만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세상은 그를 ‘타이거 마스크’라 불렀다. 그를 모방해 전국적으로 1000명 넘는 익명 기부자가 잇따라 나타났다. 아동보호시설엔 책가방이나 기저귀, 쌀과 현금 등이 속속 배달됐다. ‘타이거 마스크 현상’이란 말도 등장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읜 가와무라는 가죽가방을 살 돈이 없어 천가방을 들고 학교에 갔다. 그때 느낀 섭섭한 마음을 잊지 못해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란도셀을 선물했다고 한다. 19년간 지역 아동보호시설을 도왔다는 그는 “아이들은 학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기기 위해서, 눈물 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며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