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점입가경이다. 일부 선수들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상당수 FA 선수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또 대박을 친 일부 FA 선수는 계약에 걸맞는 활약을 못하거나 부상이 잇따르면서 ‘먹튀’ 소리를 듣곤 한다. 이에 따라 FA 제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FA ‘대어’는 최형우와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이다. 이 중 최형우와 김광현은 각각 4년 100억원, 85억원이라는 ‘대박’을 터트리며 최고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남은 선수는 차우찬과 양현종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선수 몸값이 뛰어오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도 가세하며 과열되고 있다. 특히 왼손 투수 차우찬에 대한 각 구단의 구애가 뜨겁다. 원소속 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차우찬에게 총액 100억원 이상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2년 뒤 해외 진출 지원까지 약속했다. LG 트윈스도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비슷한 금액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산 평균자책점 4점대인 선수에게 이런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대세다. 2006년 삼성에서 데뷔한 차우찬은 올해까지 70승 48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2승 6패 평균자책점 4.73을 남겼다. 초특급 성적은 아니다. 2년 전 각각 86억원과 8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장원준(두산)과 윤성환(삼성)보다 성적이 낮다. 장원준은 올 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윤성환은 올해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35로 주춤했지만 통산 승수가 110승이고, 평균자책점도 3.92다.
구단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FA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선수 부족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 놓고 있다. 프로야구계에선 100억원으로 발표한 최형우가 실제로는 옵션 등을 포함해 132억원을 받았다는 말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8일 “시장 상황이 많은 돈을 투입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차우찬의 경우 2년 이내에 이만한 투수가 FA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차우찬이 100억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그보다 좀 더 실력이 좋은 양현종은 더 많은 돈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잭팟’을 터트린 FA 선수 일부는 부상으로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해 거품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KIA는 8일 투수 윤석민이 오른쪽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석민은 수술 후 6개월 동안 재활치료와 훈련을 진행한다. 사실상 내년 시즌 전반기 아웃이다.
윤석민은 2014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지만 1년 동안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 귀국했다. 이후 원소속팀인 KIA와 4년 총액 90억원이라는 거액에 계약했지만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성적도 2승 2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9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역대 최고 ‘먹튀’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김광현도 특급 FA계약을 맺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내년 시즌을 접었다.
FA 시장이 한쪽으로만 과열되는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일부 선수들만 큰 돈을 받고, 평범한 FA 선수는 계약조차 힘들어지는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 FA를 선언한 NC 다이노스 포수 용덕한은 타구단 이적이 어려워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많은 선수의 FA 계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보상선수’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소속팀에 보호선수 20인을 제외한 선수 1명을 보내도록 돼 있다. 보상선수가 부담스러운 구단은 FA 시장에 나온 선수 영입을 꺼릴 수 밖에 없고, 일부 대어급 선수에게만 돈이 몰리는 현상이 생겨난 상태다.
KBO와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A 선수 등급에 따라 보상을 차등 적용하는 ‘FA 등급제’를 논의 중이다. 연봉으로 선수 등급을 나눠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선수에게는 보상선수 없이 이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4점대 투수가 100억?
입력 2016-12-08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