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최순실(60)씨의 변호사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변을 쏟아냈다. 최씨 스스로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사실관계를 밝히기는커녕 청문회를 지켜보고 변호인의 입을 빌려 변명에 나선 셈이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청문회 증인들의 증언 가운데 착오나 오류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최씨가 오는 1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고, 특검 조사도 받을 예정”이라며 “건강상 이유도 있어 청문회에 출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국회 조사위원회 위원 여러분께 죄송해 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본인이 형사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관해서는 증언을 하지 않을 법 규정이 있다”며 “법 규정까지 보여줘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씨는 이 변호사를 통해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을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증인이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동급이었다고 증언했지만, 이는 인격적 모욕”이라며 “최씨는 그런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차은택(47)씨는 7일 청문회에서 “최씨는 대통령과 동급이고 현 정권은 (두 사람의) 공동정권이라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신문에서 이름을 봐 알고 있다고 해서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직간접적 접촉이 있을 때 통상적으로 ‘서로 안다’고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소유 빌딩을 임차해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최씨는 태블릿PC에 대해서도 ‘내 것이 아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 변호사는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최순실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는 취지로 얘기해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태블릿PC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벌인 결과 기기에 저장된 위치 정보와 최씨 동선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태블릿PC를 입수·보도한 JTBC는 8일 “누군가가 태블릿PC를 줬다거나 어디로 가면 태블릿PC가 있을 거라는 제보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더블루케이 의혹을 취재하던 취재기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놓인 책상 안에서 태블릿PC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국회 무시한 최순실 변호인 입 빌려 변명
입력 2016-12-08 17:41 수정 2016-12-08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