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시한 최순실 변호인 입 빌려 변명

입력 2016-12-08 17:41 수정 2016-12-08 21:19
여야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보고를 듣고 있다. 탄핵안 표결은 발의 보고 24시간이 지난 9일 오후 이뤄진다. 김지훈 기자

국회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최순실(60)씨의 변호사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변을 쏟아냈다. 최씨 스스로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사실관계를 밝히기는커녕 청문회를 지켜보고 변호인의 입을 빌려 변명에 나선 셈이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청문회 증인들의 증언 가운데 착오나 오류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최씨가 오는 1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고, 특검 조사도 받을 예정”이라며 “건강상 이유도 있어 청문회에 출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국회 조사위원회 위원 여러분께 죄송해 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본인이 형사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관해서는 증언을 하지 않을 법 규정이 있다”며 “법 규정까지 보여줘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씨는 이 변호사를 통해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을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증인이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동급이었다고 증언했지만, 이는 인격적 모욕”이라며 “최씨는 그런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차은택(47)씨는 7일 청문회에서 “최씨는 대통령과 동급이고 현 정권은 (두 사람의) 공동정권이라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신문에서 이름을 봐 알고 있다고 해서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직간접적 접촉이 있을 때 통상적으로 ‘서로 안다’고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소유 빌딩을 임차해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최씨는 태블릿PC에 대해서도 ‘내 것이 아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 변호사는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최순실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는 취지로 얘기해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태블릿PC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벌인 결과 기기에 저장된 위치 정보와 최씨 동선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태블릿PC를 입수·보도한 JTBC는 8일 “누군가가 태블릿PC를 줬다거나 어디로 가면 태블릿PC가 있을 거라는 제보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더블루케이 의혹을 취재하던 취재기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놓인 책상 안에서 태블릿PC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