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中企청장·反환경 환경청장… 트럼프식 인선

입력 2016-12-08 18:0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를 나서며 취재진에 손을 흔들고 있다. 이곳에서 장관 후보자를 ‘공개면접’ 중인 트럼프는 이날 국토안보부 장관과 환경보호청장, 중소기업청장을 내정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사람을 고를 때 자기 직관을 중시한다. 피면접자가 에둘러 말하는 걸 싫어한다. 그리고 자신과 궁합이 맞는지를 본다. 참모들 중에는 부통령 당선인인 마이크 펜스와 장녀 이방카의 의견을 주로 듣는다.

농무부 장관 후보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소니 퍼듀 전 조지아 주지사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협상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고 면접 과정을 소개했다. 트럼프는 구체적으로 퍼듀 전 주지사에게 “미국 농업인들은 해외 경쟁자들에 비해 국제무역을 다루는 데 있어 많이 뒤처져 있다”면서 퍼듀 전 주지사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장관 후보자들과 인터뷰할 때 책상에 자료를 잔뜩 쌓아놓았으나 대화할 때는 자료를 보거나 메모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 직설적인 대화를 즐겼다고 한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에둘러 말하는 걸 싫어한다”며 “당신이 말을 질질 끌면, 그는 자른다”며 “그는 당신이 뭘 해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오랜 비즈니스 경험을 갖고 있는 트럼프는 사람을 쓸 때 자신의 직관을 중시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자신과 궁합이 맞거나 사업가 기질이 있으면 이를 높이 산다. 인선을 결정할 때 주로 의견을 듣는 참모는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이방카라고 한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공개면접을 즐기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는 장관 후보 대기자들이 마치 입사지망생들처럼 모여 잡담하는 광경이 쉽게 목격된다. 노동부 장관 후보에 올라있는 루 발레타 하원의원은 45분 동안 기다리며 마이클 매콜 의원 등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잡담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국토안보부 장관에 존 켈리 전 남부군사령관을 내정했다. 켈리 내정자는 제1해병 원정군 사령관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해병 중위로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다가 2010년 폭탄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차기 행정부 고위직에 진출하는 군 출신 인사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에 이어 세 명으로 늘었다.

환경보호청장에는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법무장관이 낙점됐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온실가스 감축의무 등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소송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환경규제 완화 공약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청장에는 억만장자인 린다 맥마흔 미국프로레슬링 엔터테인먼트 공동소유자가 내정됐다.

이날 현재 차기 행정부 15개 부처 중 9개 부처에 대한 장관직 내정자 인선이 마무리됐다. 내정자 9명 중 백인이 7명, 흑인 1명, 아시아계가 1명이다. 남성 7명, 여성은 2명이다. 현역의원과 예비역 장성, 월가 출신이 2명씩이며, 대권주자와 관료, 교육활동가가 1명씩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