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먼저 나라와 義를 구하는 언론을 다짐하며

입력 2016-12-08 18:39 수정 2016-12-08 20:46
국민일보가 10일 창간 28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자면 전도양양한 한창의 나이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사랑, 진실, 인간’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가치의 창간 이념은 흐트러지지 않고 올곧게 뻗어 왔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 미디어 업계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하나님이 함께하신 덕분이다. 창간기념일을 맞아 거듭 감사드린다.

사회 정의 실현하고 약자 돌보는 신문

국민일보는 단지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에 대한 분석과 진단, 전망은 물론이고 특히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해 재해석함으로써 세상에서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세상 곳곳에는 불의가 득세하고,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권세가 정의를 이기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음지로 내몰리는 현상도 낯설지 않다. 이런 현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은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설립자 조용기 국민일보 명예회장은 지난 7일 창간기념 감사예배에서 “공의(公義)가 물같이 흐르게 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신문,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신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가 그동안 걸어왔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이같이 명확하다.

28주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참담하다.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지 71년, 6월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치 체제를 만들어낸 지 29년이 됐건만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 정치가, 대한민국 경제가, 대한민국 사회가 어떤 수준인지를 민낯으로 드러내주었다. 이 사건을 단순한 국정농단이나, 대기업으로부터의 강압적 모금 사건으로만 여기는 것은 정말로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것은 그동안 개발연대 압축성장 과정 속에서 놓치거나 인식하지 못했고,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무시했던 온갖 적폐들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져버린 사건이다. 언젠가는 폭발할 내재적 모순들이 서로 작용해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기저에는 우리 사회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리더십과 공공성 부재, 이기심과 무책임, 물질 최우선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봉건시대에서나 있음직할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정치·사회 구조에 대해 한국 현대사가 긴급히 울린 경고음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역사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축복이다. 거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편린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 위기는 단연코 극복돼야 한다. 우리 공동체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제는 있다. 부끄러운 진실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국민일보는 그 첫걸음이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공성 회복이라고 인식한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사태는 공적 영역에서, 시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공직을 이용해 사리(私利)를 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공공성이 심각히 결여된 정치·사회·경제적 강자들이 짬짜미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면 결국 피해와 부담은 아래로 전가된다. 이래서는 공의가 물같이 흐를 수 없다. 국민일보가 내년 연중 기획을 ‘리포코리아(The Reformation Korea)’로 정한 것은 공공성 회복을 위해 나부터, 우리부터 개혁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공공성 회복과 통일기반 구축에도 매진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거대한 과제는 통일이다. 언제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첫새벽에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년 동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이다. 동북아 정세는 우리의 손에서 벗어나 결정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 통일은 한반도의 불합리하고 왜곡된 구조를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통일 연착륙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국민일보는 사랑 진실 인간을 통해 남북 간 이질성을 극복하고 남북이 합치는 토대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정세로 보나 내수 경제로 보나 통일은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대단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사의 획을 그은 독일 통일은 비정치적 교류에서부터 기반이 만들어졌으며, 그 시작은 동서독의 교회들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옛 동독 작센주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반(反)공산주의 월요기도회는 89년부터 90년 10월 3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통일될 때까지 매주 10만명이 넘는 기도 집회로 발전, 평화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비원(悲願)이 이뤄질 때까지 기독교계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일보는 그 중심에서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내년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은 단지 기독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둠에서 빛으로, 미개(未開)함에서 열린사회로 옮겨간 사회 개혁·갱신운동이기도 하다. 그 엄중한 의미를 받아들여 국민일보는 지금 한국사회의 위기가 오히려 개혁·갱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절실하게 인식한다.

28주년을 맞아 국민일보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먼저 나라와 의(義)를 구하는데’ 중심에 설 것임을 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