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아기돌보미·요리맘… YWCA 돌봄서비스 50년

입력 2016-12-08 19:21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9월 첫 아이를 출산했다. 이씨는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친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씨의 친정 부모는 지방에 거주하고 시부모 역시 갓난아이를 돌봐줄 형편이 안 돼 직장 복귀를 망설였다.

그때 크리스천 지인의 소개로 서울YWCA(서울Y)의 ‘서울돌봄과살림’에서 파견하는 아기돌보미를 추천받았다. 신앙을 가진 아기돌보미는 이씨 부부가 야근이 있는 날에는 아이를 더 돌봐주는 등 인정많게 배려해줬다. 1년 가까이 이 서비스를 제공받은 이씨는 “기독여성단체인 서울Y에서 하는 사업이어서 더 믿음이 간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서울Y가 한국여성단체 최초로 시작한 돌봄 사업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서울Y(회장 조종남)는 한국 여성단체 최초로 1966년 ‘시간제 가정부’를 새로운 직종으로 개발, 돌봄서비스 종사자들을 교육 및 관리하며 돌봄운동을 전개해왔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서울Y는 60년대 ‘식모’로 불리며 가정에 상주하던 여성을 출퇴근하는 직업인의 개념으로 전환시켰고, 이들의 인권개선 및 경제적 자립을 지원했다. 77년 서울 독산동에 근로여성회관을 개관해 파출부 등 단순 노동자에게 직업의 긍지를 심어줬고 각종 직업교육도 실시했다. 여성직업훈련위원회를 통해 연구조사, 커리큘럼 고안, 활동 사전준비, 교육, 현장실습, 취업 알선, 평가 등 7단계로 모든 사업을 지도 감독했다.

11명으로 시작된 돌봄사업은 서울Y가 소속된 한국YWCA연합회의 사업으로 확대됐고 현재 전국 46개 YWCA에서 3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 ‘돌봄과살림’을 통해 가사돌보미 산후조리사 아기돌보미 요리맘 세이프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돌봄 협동조합을 설립한 부천Y와 성남Y는 지역의 준고령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돌봄사업 담당자인 김혜옥 서울Y 여성능력개발팀 부장은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이들이 근로자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