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추 국장·F4, 자체 감찰 직전 휴대전화 교체

입력 2016-12-08 00:05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국정원 추모 국장 등이 국가정보원의 지난달 자체 감찰 직전 휴대전화를 전부 교체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를 증거 인멸 시도라고 보고 지난 5일 1급 인사 명령에서 추 국장을 대기발령냈다. 1급 간부에 대한 대기발령은 사실상 “나가라”는 뜻이라고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은 말했다.

정보위 관계자는 7일 “국정원이 추 국장과 그의 최측근 4명인 ‘F4’의 휴대전화 모두 새 휴대전화로 교체돼 있다는 사실을 감찰에서 확인했다”며 “감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대비해 증거인멸을 했다고 보고 이병호 원장이 추 국장을 총무국 대기발령 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사전횡 의혹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TK) 3인방 중 A지부장(1급)은 자리를 보전했다”면서도 “향후 2, 3급 인사에서 F4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 국장과 F4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국정원 내부 정보를 ‘비선 보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장을 배제하고 청와대 등 비선실세에게 ‘직보’했다는 의미다. 최씨 정보를 수집하는 부하 직원을 좌천시키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관여했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국정원은 증거 인멸 행위를 추 국장 등이 최순실 게이트에 직접 연루된 단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보위 관계자는 “감찰 대상이라 하더라도 서둘러 대기발령을 낸 건 이례적”이라며 “‘좌익효수’ 사건 때와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좌익효수 사건은 한 국정원 직원이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야당 인사, 여성 등을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려 피소된 사건이다. 국정원은 검찰이 좌익효수 수사에 착수한 지 2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11월에야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기발령 조치가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예상돼 국정원이 추 국장을 내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직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입장에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해임 등 중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은 비선 보고 의혹을 공식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정원 대변인은 “감찰 결과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증거 인멸 정황을 보고하지 않고 “추 국장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감찰 내용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정보위원은 “이 원장이 감찰을 제때 지시하지 않았다. 증거 인멸을 방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조직적 증거 인멸까지 드러나면서 국정원에 대한 신속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자체 감찰이 무력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이 상당히 진행됐을 것”이라며 “감찰로는 의혹 입증이 힘들 수 있다. 강제 수사가 시급하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