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아체州 덮친 강진… 97명 사망

입력 2016-12-07 18:21 수정 2016-12-08 00:58
인도네시아 구조대가 7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발생한 수마트라섬 북서부 아체주 피디에 자야에서 중장비로 건물 잔해를 뒤지다 매몰자를 발견한 뒤 작업을 중단시키고 있다. 1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매몰자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AP뉴시스
또 한번 인도네시아를 덮친 강진이 1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2004년 대지진이 남긴 참상이 생생한 주민들은 서둘러 몸을 피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오전 5시3분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부 아체주에서 규모 6.5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주도 반다아체에서 동쪽으로 88㎞ 떨어진 시글리 마을 연안이다. 진원은 지하 8.2㎞다. 규모 3.2∼4.8 여진이 최소 10차례 이어졌다.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얕은 진원 탓에 피해가 컸다. 국가방재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최소 94명이 사망했다. 진앙에서 18㎞ 떨어진 아체주 피디에 자야 지역에 사망자가 집중됐다. 인근 비레우엔 지역에서도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다. 부상자 617명 중 128명은 중상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수십명이 매몰된 상황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AP통신은 군 관계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97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강진에 피해가 잇따랐다. 이슬람 사원을 비롯해 주택, 상가 등 건물 245채가 무너졌다. 전신주가 쓰러지고 도로와 다리가 파손됐다. 붕괴된 기숙학교에 학생들이 갇혔다. 소방대원과 경찰, 군인은 물론 자원봉사자가 수색과 구출 작업에 힘을 모았다. 구조작업은 열악한 여건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디에 자야 지역의 행정책임자인 아이유브 아바스는 “굴착기와 긴급 구호물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당국은 아체주를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아체주 연안 마을에서는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지만 공포는 여전했다. 피난길에 나선 주민 무스만 아지즈는 AP에 “2004년 대지진만큼이나 강한 흔들림을 느꼈다. 쓰나미가 올 것만 같아 떨렸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고지대로 피신한 주민 피트리 아비딘은 “언제든지 쓰나미가 바닷가 집을 덮칠 수 있다”며 “숨을 쉬거나 걷지도 못할 만큼 무서웠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라 일컬어지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한다. 2004년 12월 수마트라섬 연안에서 규모 9.1의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해 인도양 연안 12개국에서 모두 23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아체주에서만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