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차은택씨 등 주변 인물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증언했다.
최씨는 핵심 증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지만 거친 언사로 아랫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고씨 등 측근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최순실 게이트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씨는 2011년 지인이 신상품 가방을 보여 달라고 부른 자리에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2012년 대선 이후 최씨의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의 가방과 옷 등을 담당하게 됐고, “청와대 비서관 등과 동행하는 걸 보면서 최씨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고씨는 “최순실이 2년 전쯤부터 모욕적인 말들을 일삼고 밑에 있는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모습을 보여 그때부터 (좋아하지 않게 됐다)”라며 자신이 최순실 게이트 최초 폭로자라고 인정했다. 그는 “세월호 당일에도 최씨와 업무상 통화를 계속했다”면서 “(최씨가 사건 이후) 세월호의 노란색만 봐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차씨 역시 “최씨의 지시와 관련해 저희는 무슨 한마디를 거들기도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지시를 남발하는 산만한 편’이라고도 기억했다.
돈독했던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가 소원해진 배경에 대한 여러 증언도 나왔다. 특히 둘의 다툼이 최씨의 안하무인 태도와 돈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유라의 개’도 한 원인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고씨는 “막말하고 종 부리듯 하는 최씨의 행동이 쌓여 폭발했다”면서 “2014년 10월쯤 크게 싸운 뒤 올여름까지 꽤 많은 다툼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유라의 개를 돌보는 문제로도 고씨와 최순실씨는 다퉜다고 한다. 고씨는 “최씨가 정유라의 개를 내게 맡겼는데, 집에 놓고 골프를 치러 간 동안 연락이 왔다. 최씨는 ‘개를 두고 나갔다’고 나를 비난했고 많이 다퉜다”고 말했다.
차은택씨는 “2014년 고영태를 통해 최순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인지한 시점은 2014년 여름이었다. 당시 차씨는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와 4명이 만났다. 그는 “박 대통령과 최씨는 거의 ‘절친’(매우 친한 친구)으로 생각했다”며 “(최순실이 박 대통령을) 조종까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고 최씨의 위세를 설명했다.
차씨는 자신 때문에 고씨와 최씨가 소원해졌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차씨는 “2014년 말쯤 두 사람이 돈 문제로 싸웠고, 양쪽에서 제게 따로 전화가 와서 알고 있다”고 했다. “최씨가 고씨의 집에 찾아가 싸우고, 고씨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가지고 나왔다”고도 증언했다. 고씨 역시 당시 최씨가 자신의 집에서 1000만원 정도가 든 돈봉투를 들고 갔다고 말했다.
고씨와 차씨 모두 박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를 징검다리로 거쳤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증언을 종합해보면 결국 최씨가 권력 일인자라는 말 아니냐”며 “최씨가 차씨와 박 대통령 양쪽에 지시한 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고영태 “정유라 애완견 때문에 최순실과 싸웠다”
입력 2016-12-07 18:08 수정 2016-12-0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