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27일 갑자기 퇴임하기 직전까지 내부 통신망에 확고한 퇴임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눈엣가시 뽑아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었다. 1년여가 흐른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서는 “내가 물러나야 할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고 외쳤다.
최 전 이사장은 7일 국민일보와 만나 “퇴임 직후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냈던 그 편지를 청문회에서 읽으려 했다”며 “요점은 공개적 사과를 못한다면 개인적이라도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내가 말하는 이유가 많다”라고도 했다. 정 장관을 네 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는 정반대였다고 덧붙였다.
최 전 이사장은 자신의 경질을 정 장관 혼자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 전 이사장은 자신의 사실상 경질 배경은 ‘관계 당국’이라며 “이는 복지부 단수(單數)만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 이슈가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사결정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석연찮은 퇴임은 국정농단 사태의 한가운데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순실(60·구속 기소)씨와 그의 측근들에 의한 정부부처·준정부기관 인사개입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청문회에서도 최 전 이사장에게 “나가라고 하던 이가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최 전 이사장의 퇴임 배경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전날 청문회에서 “지난해 당국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시키라’고 했는데 ‘못하겠다’고 한 것이 일의 발단”이라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여부를 결정하던 시점에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그 직후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했다. 삼성이 최순실 일가를 지원하는 대가로 합병 찬성을 얻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홍 전 본부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 전 이사장은 합병 의사결정 당시 홍 전 본부장에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할 것을 지시했고, 이후 연임에 반대했다. “더 훌륭한 분을 모시려 했지만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게 최 전 이사장의 입장이다. 국민일보는 정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오는 15일 선고할 예정이었던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 1심 변론을 내년 3월 20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키로 했다.
황인호 김동우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최광, 정권 ‘눈엣가시’로 제거됐나
입력 2016-12-08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