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자들 ‘모르쇠·도망·불출석’ 국조 우롱

입력 2016-12-07 17:38 수정 2016-12-08 00:52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왼쪽)가 7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차씨를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의상과 가방을 만들어준 고영태씨가 오른쪽 자리에 앉아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실태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2차 청문회는 철면피 권력 농단자들의 변명으로 채워졌다. 법 전문가인 청와대 김기춘(77)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은 법을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의 상식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은 이들의 무기로 둔갑해 국민들을 좌절시켰다.

공직에 몸담은 채 최순실(60)씨에게 부역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은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부실 구조에 대해선 “모른다”고, 최씨는 “만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우 전 수석과 최씨 모녀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나서야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만 국회 입법조사관에 의해 끌려나왔다. 국정농단에 가담한 이들이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마저 농단한 현장이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7일 국회에서 개최한 2차 청문회에는 김 전 실장과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출석했다. 특위 위원들은 ‘세월호 7시간’, 최씨와의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를 캐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대부분 “모른다”였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해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안다”고 말했다. 머리를 손질했다는 의혹,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저에서 있었던 일은 모른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를 “잘 돌봐 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깊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한 장시호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최순실씨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영재센터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최순실,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선 “검찰 조사 10회 동안 다 말했다”며 침묵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47)씨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가 문화 콘텐츠 사업에 대한 연설을 써달라고 해줬더니 어느 날 박 대통령 연설에 몇 문장 포함돼 나왔다”고 말했다. 또 2014년 최씨의 요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천했고, 재요청 끝에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장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혐의는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드러난 사실들은 최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철저하게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들이다. 김 전 실장은 법망만 교묘히 피해가는 ‘법 미꾸라지’라는 비판에 “부덕의 소치”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특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들 전원 및 포스코 관계자를 대상으로 19일 5차 청문회를 추가 개최키로 했다. 16일에는 청와대·김영재의원에 대한 현장조사도 추가했다. 3, 4차 청문회는 각각 14, 15일 열린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