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실태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2차 청문회는 철면피 권력 농단자들의 변명으로 채워졌다. 법 전문가인 청와대 김기춘(77)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은 법을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의 상식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은 이들의 무기로 둔갑해 국민들을 좌절시켰다.
공직에 몸담은 채 최순실(60)씨에게 부역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은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부실 구조에 대해선 “모른다”고, 최씨는 “만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우 전 수석과 최씨 모녀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나서야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만 국회 입법조사관에 의해 끌려나왔다. 국정농단에 가담한 이들이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마저 농단한 현장이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7일 국회에서 개최한 2차 청문회에는 김 전 실장과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출석했다. 특위 위원들은 ‘세월호 7시간’, 최씨와의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를 캐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대부분 “모른다”였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해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안다”고 말했다. 머리를 손질했다는 의혹,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저에서 있었던 일은 모른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를 “잘 돌봐 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깊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한 장시호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최순실씨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영재센터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최순실,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선 “검찰 조사 10회 동안 다 말했다”며 침묵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47)씨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가 문화 콘텐츠 사업에 대한 연설을 써달라고 해줬더니 어느 날 박 대통령 연설에 몇 문장 포함돼 나왔다”고 말했다. 또 2014년 최씨의 요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천했고, 재요청 끝에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장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혐의는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드러난 사실들은 최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철저하게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들이다. 김 전 실장은 법망만 교묘히 피해가는 ‘법 미꾸라지’라는 비판에 “부덕의 소치”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특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들 전원 및 포스코 관계자를 대상으로 19일 5차 청문회를 추가 개최키로 했다. 16일에는 청와대·김영재의원에 대한 현장조사도 추가했다. 3, 4차 청문회는 각각 14, 15일 열린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국정 농단자들 ‘모르쇠·도망·불출석’ 국조 우롱
입력 2016-12-07 17:38 수정 2016-12-08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