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인 장시호씨가 마침내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의 2차 청문회장에 최순실씨 일가 중 처음으로 장씨가 출석했다. 포승줄에 양팔을 묶인 채 청문회장에 들어선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최씨 조카인 그는 이모를 지칭할 때는 다양한 호칭을 썼다. “최순실씨” “최순실 이모”는 물론 “최순실” 등 반말 표현도 썼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이 최씨 아이디어라고 밝힌 장씨는 ‘최씨가 누구를 찾아가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최순실 이모님이 만들라고 얘기해서 지원서 만들어 드렸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리고 계획서를 이 자리에 계시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라고 했다.
영재센터에 16억원 후원을 결정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에 대해선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투자를 조율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청문회장엔 갑작스러운 대질신문이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김 사장이 “김 전 차관으로부터 영재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심적 부담을 받아 후원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어 제일기획 이영국 상무에게 후원을 지시했고,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에서 16억원을 후원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 전 차관에게 “김 사장을 만나 영재센터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자 그는 “안 했다”고 부인했다. 장 의원이 다시 김 사장에게 “김 전 차관이 안 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추궁하니 김 사장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전 차관이 재차 “안 했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두 사람 중 한 명은 분명히 위증하고 있다. 문체부와 영재센터 관계자를 전원 증인신청해 이 부분을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본인 결혼식 때 보고 대통령 당선 이후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최씨 언니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최순득씨와 함께 김영재의원에 다녔다는 의혹을 두고는 “단 한 번도 없다. 어머니도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차움병원에 대해서는 “어깨 통증으로 진찰받았고, 어머니도 유방암 수술 후 진료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함께 차움병원에 다녔다는 의혹에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제가 미우시죠”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개인적으로 미워하지 말라”고 하자 “뵙고 싶었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승마 특기로 입학했다. (다른 사람이) 도와준 적 없다”고 했다. 검은 외투,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청문회장에 나타난 최씨는 마스크를 쓴 채 증인대에 섰다가 김성태 특위 위원장(새누리당)으로부터 “마스크 당장 벗으라”는 호통을 듣고 이를 벗었다.
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장시호 “스포츠영재센터 이모 아이디어로 설립”
입력 2016-12-07 18:13 수정 2016-12-08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