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떼는 미래전략실… 삼성 새 지주사에 흡수?

입력 2016-12-08 00:06

“돌아가서 곰곰이 새겨 변화가 있도록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구태는 다 버리고 정경유착이 있었다면 끊겠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사진) 부회장이 6일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마지막에 남긴 소회다. 그는 ‘이재용 청문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중 난타당했지만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연출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청문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는 삼성 조직에 회오리를 몰고 올 ‘폭탄 발언’이란 해석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둔 카드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언대로 미전실 해체를 위한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미전실은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에 쏠린 각종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출연과 최순실씨 측에 96억원 추가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미전실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 미전실은 이병철 창업주 시절인 1959년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해 1998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 왔다. 미전실은 전략 기획 인사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 경영진단팀 등으로 이뤄져 있고,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체제에서 미전실 해체는 예고됐던 수순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이사회를 통해 경영 활동에 나서면서 미전실의 위상이나 역할이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평소 소신도 이사회를 통한 경영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고민하는 부분은 미전실 기능을 분산하는 속도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이 되면 미전실의 주요 기능을 이전하면 되겠지만 그 전까지 미전실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삼성은 미전실 역할 중 꼭 남겨야 할 필수 기능을 추리는 작업부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 작업에만 적어도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도마에 올랐던 대관·정보 파트 등의 기능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룹 차원의 각 계열사 간 사업조율, 주요 인수·합병(M&A) 등 핵심 기능 중심으로 운영되다 신설될 지주회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미전실을 없애고 주요 기능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에 분산시켜 두는 방안도 있다. 삼성전자홀딩스(가칭)와 삼성물산이 합병해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는 만큼 분산된 미전실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지주회사로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워낙 방대하고, 계열사 간 거중조정이나 그룹 전략을 짜는 기능이 필수적이어서 미전실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