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마린보이 박태환(27)이 훨훨 날고 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인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공교롭게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가로막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초라한 모습으로 국회 청문회에 선 날 새 역사를 써 대조를 보였다.
박태환은 이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로 1위를 차지했다. 쇼트코스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50m보다 절반이 짧은 25m 레인에서 치른다. 박태환은 알렉산드로 크라스니크(러시아·3분35초30)의 추격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아를 통틀어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그동안 박태환이 따낸 2개의 은메달도 유일한 아시아인 기록이었다.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따내던 전성기 때 모습 그대로였다. 박태환은 300m까지는 크라스니크의 뒤에 바짝 붙었다. 결국 박태환은 축적된 힘으로 막판 100m에서 역전승을 일궜다.
박태환은 올해 평지풍파를 겪었다. 금지약물 검출로 FINA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를 받았지만 징계에서 풀린 3월부터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부터 줄기차게 올림픽 불참을 종용받았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교수 자리를 받도록 힘써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협박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서 처절한 아픔을 맛봤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200m에 이어 100m에서도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충격을 받은 박태환은 자유형 15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한 채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더욱이 세계 수영계의 빠른 세대교체와 박태환의 나이가 수영 선수로서는 전성기가 지난 20대 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한 물 갔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불명예를 씻고자 자비로 해외 훈련까지 하며 실력을 가다듬었다. 결실이 맺어지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3초68로 우승했다. 이어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100·200·400·1500m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4관왕을 기록, 확실히 부활했음을 알렸다. 결국 박태환은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을 통해 고대했던 세계정상으로 복귀했다.
대회 기록도 좋다. 프랑스 야닉 아넬이 세운 세계 기록(3분32초2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9년 전인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할 때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3분36초68)을 여유있게 넘어셨다. 또 이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 자유형 100·200·400·1500m에 출전 신청서를 낸 박태환은 8일 자유형 200m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마친다. 박태환은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롱코스)에서 또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FINA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태환이 이제 세계정상으로 복귀했다”고 축하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외압 벗어나니… ‘물 만난’ 마린보이
입력 2016-12-07 18:27 수정 2016-12-08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