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朴 정부 들어 기업 부담 ‘준조세’ 급증

입력 2016-12-08 04:02
“(준조세) 국회에서 법으로 막아주세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다음 정부에서도 돈 내라고 하면 다 낼 것이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구 회장뿐 아니라 증인으로 나온 대기업 총수들은 준조세(準租稅)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준조세란 세금 외에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과 법정 부담금, 사회보험료 등을 통칭한다. 단 이날 총수들이 말한 준조세는 좁은 의미로 미르재단 등에 낸 기부금을 의미했다.

실제 박근혜정부 들어 기업의 준조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준조세 실태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14년 준조세 규모는 44조6708억원으로 법인세(42조6503억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 보고서의 준조세는 기부금을 제외한 법정 부담금과 사회보험료만으로 산출한 것이다.

특히 기부금은 기업 부담을 더 키웠다. 박근혜정부는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등을 만들어 기업의 기부금을 모은 것 외에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조성한 청년희망펀드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 조건으로 신설키로 한 농어촌상생기금 등에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7일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준조세는 조세저항이 없어 편하다”며 “신용보증기금 등 68개나 되는 법정 부담금에 기부금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돈을 내야 하는 기업들로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2015년 사회보험료 제외 준조세가 16조4000억원을 기록해 법인세 대비 36.4%,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를 기록하는 등 기업의 준조세 부담이 과중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준조세 부담을 줄여달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법인세 인상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청문회에서 ‘준조세를 금지하는 대신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조세를 없애고 법인세를 늘려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효과가 난다면 찬성이지만 그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