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골방에서 기도하는 동안 악마가 세상을 휘저으며 지배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오로지 엎드려 기도해야 합니다.”
이처럼 촛불집회 등 시국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때론 의견 차이가 교회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되기도 한다.
A집사는 지난 주일 교회에서 “토요일 촛불 집회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무안을 당했다. 함께 있던 교인이 정색을 하며 “왜 촛불집회에 가죠?”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역사의 현장에 가고 싶어서 간다고 대꾸는 했지만 그분이 ‘그런 델 왜 가냐’는 표정으로 쳐다봐서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집회 참가여부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 불편해진 경우다.
대표기도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B장로는 지난달 중순 예배 시간에 이렇게 기도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촛불을 내려놓고, 구약시대 선지자 이사야나 예레미야처럼 기도하게 해달라.”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집회에 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찬성하는 교인들은 B장로의 기도에 마음이 상했고, 몇몇은 담임목사를 찾아가 불만을 토로했다.
목회자의 설교가 교인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C목사는 “박근혜 대통령도 잘못됐고, 야당도 옳지 않고, 촛불집회도 바르지 않다”며 “우리 기독교인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기도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의 설교를 들은 한 교인은 “예수님도 바리새인을 비판하고 더럽혀진 성전을 정화하지 않았냐”며 “기독교인이 기도만 해야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교인은 “하나님은 우리에게 좌로나 우로나 치우지치 말고 하나님의 도를 행하라고 했다”면서 “세상 흐름을 뒤쫓는 교인들에게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험 많은 목회자들은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종수 큰나무교회 원로목사는 “교회 안에서 어떤 행동이 옳다,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정죄”라며 “듣는 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우리도 생각이 다른 교회 각 지체들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교회 소모임 등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목회자의 설교와 대표기도는 각각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시간이다. 시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는 하나님의 임재와 성령의 역사가 기대되도록 준비돼야 한다.
촛불집회의 의미를 복음적으로 승화시켜, 꺼지지 않는 영원한 복음의 촛불을 켜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촛불은 스스로를 태우는 희생의 의미가 담겨있고, 희생은 그리스도의 정신과 일치한다”며 “촛불집회를 매개로 정치적 견해를 앞세우기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촛불의 복음적 의미를 찾아내고 전파하고 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교회 속으로 들어온 촛불-(하)] 참된 복음의 촛불로 갈등 치유해야
입력 2016-12-07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