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클린턴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의 전설적인 급진적 사회운동가 사울 알린스키(1909∼1972)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변호사 출신의 빈민운동가 알린스키는 1939년 시카고 빈민촌에서 주민들을 조직화해 이들이 권리를 위해 기존 시스템과 싸울 수 있도록 도왔다. 40년 산업재단을 창설하는 등 실천적 조직과 이론을 정립했다.
그의 두 번째 책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 지금까지 전 세계 시민운동가들의 활동교본으로 사용된다면 첫 책 ‘래디컬 급진주의자여 일어나라’는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에 대한 뜨거운 신념을 담았다.
제목만 보면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급진적’이라는 단어가 매우 현실적인 사회개혁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가 말하는 급진주의자는 시민들과 자신을 감정적으로 동일시하며 시민들의 완전한 경제·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위해 격렬하고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이다. 그가 보기에 자유주의자는 머리로만 인간을 사랑할 뿐 장광설로만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무엇보다 자유주의자들은 보통 사람들의 권력을 두려워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가 주장하는 급진주의자는 노조운동과도 다르다. 그는 노조운동이 기본적으로 고용주와 고용인의 단체협상을 기반으로 하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만 작동한다고 말한다. 노조가 자기 정체성과 안전을 지키려면 필연적으로 현재 시스템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급진주의자와 뜻을 같이 하다가 강해지고 부유해지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거래를 서슴지 않는다.
작가는 급진주의자가가 나아갈 길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사회변혁의 주체로 등장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단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큰 진전은 바로 기존 질서를 깨부수고 권력을 쟁취한 시민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장지영 기자
[책과 길]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에 대한 뜨거운 신념
입력 2016-12-08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