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못 갈 거다” 온갖 저주·모욕·독설에도 “죄송”… 교묘히 빠져나가

입력 2016-12-08 00:09
7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답변하면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 전 실장이 청문회 정회 중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김지훈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모욕과 독설, 저주에도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철저히 몸을 낮췄다. 의사로 근무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수년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외아들 얘기를 꺼내며 동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7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반성 많이 하라”고 쏘아붙였다. 김 전 실장은 “죄송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을 거론하며 정부가 세월호 시신 인양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전 실장이 “노트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부인하자 저주의 말을 쏟아낸 것이다.

김 의원은 김 전 실장에게 “시간을 드릴 테니 하느님과 국민 앞에 얘기해보라”고 제안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의원과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문회 정회 중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전 실장을 찾아 인사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최교일 의원은 검찰 대선배인 김 전 실장에 거의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김 실장은 최 의원과 악수를 하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이종구 의원도 휴게실에 가지 않고 청문회장에 남아 홀로 자리를 지키던 김 전 실장을 찾아가 귓속말을 하는 등 대화를 나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