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너무 도취됐나. 두산 베어스 구단과 일부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에서 무성의한 운영과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팬 미팅회인 ‘통합우승 기념 팬페스트’를 진행했다. 두산이 올 시즌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터라 이날 행사에는 4000명 이상의 팬들이 찾아왔다. 절반은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이었다. 하지만 통상 응모나 예매를 통해 사인회를 진행하는 타 구단과 달리 두산은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나눠주면서 팬들은 추운 날씨 속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본 행사에선 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투수 이용찬은 마지못해 팬 사인회에 참가했다는 인상을 줬다고 한다. 한 부모는 “아들이 네 번이나 사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말도 안하고 손짓으로 가라고만 했다. 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귀찮은 듯이 사인을 해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호와 오재원은 행사에 끝까지 동참하지 않은 채 중간에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프로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재호는 올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서 4년 50억원이라는 대박을 쳤다. 그는 더욱이 팀의 주장이다. 모범을 보여야할 선수가 신중치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사적인 이유로 자리를 일찍 뜬 오재원도 기존의 ‘밉상’ 이미지를 스스로 더 키운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7일 “김재호는 개인사정, 오재원은 친구 결혼식 때문에 일찍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용찬은 팔꿈치가 아파서 성실히 사인을 못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비판이 높아지자 구단과 김재호는 최근 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구단은 “추운 날씨에 충분한 준비와 사전점검이 부족해 본행사 진행에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팀두산’으로 하나되자는 행사의 취지가 훼손됐다”고 사과했다. 김재호도 “팬 여러분께 좋지 못한 기억을 남겨드리게 되어 사과드린다”며 “전 선수단은 팬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내년부터 행사 운영을 매끄럽게 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타임아웃] 곰, KS 우승 축배에 취했나
입력 2016-12-0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