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경련 ‘헤리티지재단型’ 싱크탱크로 바꿔라

입력 2016-12-07 17:27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6일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가 전경련 해체에 동의했다.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내는 회비는 연간 200억원으로 전체 회비의 절반에 달한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사실상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차제에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오명을 벗고 시대 변화에 맞게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전경련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를 이유로 기업인을 구속하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국가정책을 돕겠다며 설립한 민간단체다. 그동안 대기업과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산업화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 간 ‘빅딜’을 주도했다. 하지만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창업주들과 국가가 주도하던 개발연대 시대는 지났다. 2, 3세로 경영이 넘어가면서 시대는 바뀌었지만 전경련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작금의 해체 위기도 전경련이 구시대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걷는 모금창구 역할을 했다. 일해재단 설립 당시 모금 창구를 맡았던 것과 판박이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것도 몇 달 전이다. 반세기가 지났는데 아직도 정권의 나팔수니 특정 재벌의 옹호 단체니 하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30대 그룹들만 모이는 단체가 굳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상공회의소 주축으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전경련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제안한 것처럼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연구 기능을 강화해 기업들에 민폐가 되는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을 주는 단체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