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무대로… 스타들의 화려한 외출

입력 2016-12-09 00:00 수정 2016-12-09 09:44
연극이나 공연 무대에 선 스크린 스타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근영(오른쪽)·박정민, ‘청춘예찬’의 안재홍·윤제문, ‘더 토핑’의 한예리. 각 제작사 제공

스크린의 별들이 올 겨울 무대 위를 수놓는다. 촬영장을 종횡무진 하던 배우들이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관객과 호흡한다. 배우도 관객도 만남을 앞두고 떨리기는 마찬가지. 치열한 예매전쟁 끝에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이는 ‘원조 국민 여동생’ 문근영(29)이다. 무려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9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연기한다. 9년 만에 찍은 영화 ‘사도’(2015)로 스크린 복귀에 성공한 그로서는 의외의 행보다.

‘클로저’(2010) 공연 당시 느낀 성취감이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다. 문근영은 “6년 전 공연에서 너무 좋은 추억과 가르침을 얻었다. 선배들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시 한 번 그런 시간이 될 수 있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로미오 역은 충무로의 기대주 박정민(29)이 꿰찼다. ‘동주’로 올해 청룡영화제 등 각종 시상식 신인남우상을 휩쓴 그가 ‘G코드의 탈출’(2014)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흔히 예상하는 ‘미남형’ 로미오는 아니다. 단, 연기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가 로미오를 연기하게 될 줄 저도 몰랐다”는 박정민은 “책에서 봤던 연약하고 고상한,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로미오를 최대한 땅으로 끌어내리겠다. 좀 더 현실적인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안재홍(30)은 쏟아지는 러브콜을 뒤로 하고 연극 ‘청춘예찬’(∼내년 2월 12일·아트포레스트 아트홀)을 선택했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스크린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그가 6년 만에 대학로로 간 것이다. ‘보잉보잉’(2009)의 단역에서 이제는 어엿한 주연이 됐다.

박근형이 연출한 창작극 ‘청춘예찬’은 이 시대 청춘의 불완전한 삶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4년째 고등학교 졸업을 고민하는 22세의 고2 ‘청년’ 역에 안재홍 김동원 이재균이 더블 캐스팅됐다. 안재홍은 “극 중 청년이 겪는 성장통이 관객들에게 서로 다른 느낌으로 투영됐으면 좋겠다”며 “보다 의미 있는 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1999년 초연된 이 연극으로 데뷔한 윤제문(46)도 합류했다. 아버지 역을 맡아 술로 세월을 보내는 무능하고 나약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8월 음주음전으로 활동을 중단한 그의 복귀작이다. 강렬한 조연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누비던 그가 ‘청춘예찬’으로 돌아온 건 초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최악의 하루’ ‘춘몽’ 등으로 영화계 입지를 다진 한예리(32)는 무용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 8∼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의 ‘더 토핑(The Topping)’ 무대에 올랐다. 절친한 안무가 박수정과 함께 협업 공연을 펼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예리는 무용수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한국무용에 대해 알게 됐으면 한다”는 그는 올 초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가 직접 시연을 해보이기도 했다.

브라운관에서 주로 활약하는 배우들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코미디 연극 ‘꽃의 비밀’(∼내년 2월 5일·DCF대명문화공장)에는 배종옥 소유진 이청아, 프랑스 원작을 각색한 ‘우리들의 여자들’(∼내년 2월 12일·수현재씨어터)에는 안내상 우현 이원종 등이 출연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