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서 쏘아올린 ‘문화 희망가’

입력 2016-12-07 21:37 수정 2016-12-13 15:49
서해왕성교회 최종근 담임목사가 6일 경기도 시흥시 월곶중앙로 교회 목양실에서 이 교회 부설 ‘마이트웰브 아트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마이트웰브 아트홀에서 그림 전시를 관람하는 주민과 교인들.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배경인 염전같았다. 7일 찾은 경기도 시흥시 월곶 포구. 동네는 염전을 메워 형성됐다. 아직도 군데군데 황량했다.

도시도 아닌, 그렇다고 어촌도 아닌 월곶동은 서민동네다. 그 뒤로 송도국제신도시 고층 건물들이 숲을 이뤘다. 썰물로 펄이 드러난 포구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연립주택은 초라해보였다. 모텔촌만 낮 시간에도 LED조명으로 빛났다.

그 시각 월곶중앙로 서해왕성교회는 거리 풍경과 달리 생기가 넘쳤다. 학생들의 밴드 합주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교회 부설 아동센터도 북적거렸다. 교회 곳곳을 오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 밝았다.

“아이들이 교회 와서 놉니다. 먹이고, 가르치고, 즐기도록 교회가 배려하는 거죠. 서민동네이다 보니 결손가정 애들이 적잖아요. 지난 8월 아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아트홀을 열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주민과 교인도 참여합니다.”

최종근(53) 목사가 교회 부설 ‘마이트웰브 아트홀’을 보여주며 말을 했다. 아트홀은 56㎡(17평)에 지나지 않았다. 작은 무대가 있는 아담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작아 보일지 모르나 큰 잔치 무대입니다. ‘길과 산울타리로 나가서 사람을 데려다 내 집을 채우면’ 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은의 음악여행, 양송희의 클라리넷 읽어주는 여자, 그림 전시 등 문화예배가 월 1회씩 이어졌어요. 남들은 어떨지 모르나 큰 잔치였습니다. 헌신한 이들에게 감사하죠.”

최 목사는 ‘예수의 큰잔치’(눅 14:15∼24)에 비유하며 귀한 공간임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인천 안산으로 출근하는 공장 근로자가 많이 살아요. 일에 치여 교회 나오기도 쉽지 않고, 문화생활도 어려운데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김주은 선생한테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가 전하는 신앙 고백에 같이 눈물 흘리는 문화 공간이 될 줄은 저도 몰랐죠.”

‘마이트웰브’는 국민일보가 ‘숨·쉼·힘’을 북돋우자는 의미에서 만든 컬쳐 프로젝트다. 문화사역자 또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서해왕성교회 같은 아트홀을 찾아가 재능기부를 한다. 최 목사는 공연을 위해 교인들과 함께 전단지를 돌리고, SNS로 홍보를 했다. 무대가 끝나면 옥상에 올라가 ‘고등어구이 파티’도 연다. 고급문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 관객은 교회 문을 여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최 목사는 서해왕성교회를 2003년 개척했다. 외길 가난한 동네였다.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에게서 훈련을 받고, 이 교회 수석목사까지 지낸 뒤 그해 봄 하나님의 명령으로 월곶동으로 와 교인 2명과 첫 예배를 드렸다. “당시 여섯살 아들이 나눠주던 주보로 딱지 만들어 치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지금은 20여개국 파송 선교사를 도울 정도로 성장했다.

“대도시 외곽 특성상 교인들이 잘되도 이사가고, 못되도 이사갑니다. 송도나 월곶 신도시로 번듯한 예배당 지어 옮길 수도 있었죠. 하지만 전도하지 않아도 문 두드리는 아픈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떠납니까. 계속 남아서 복음이 구원이고, 교회가 희망임을 알려야죠.”

그는 부산 태생으로 고학 끝에 국립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졸업했다. 현대그룹 직원, 부산 동원여상 교사로 재직했다. 고학 시절 크리스천 야학교사의 헌신에 감동 받아 남부산교회에 출석했고, 목회자가 되는 계기가 됐다. 그도 수년간 야학교사를 했다.

시흥=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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