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가 권하는 ‘신앙 소생시키는’ 영성 고전

입력 2016-12-07 21:40

“강한 무신론자로 남고 싶은 젊은이는 그의 글을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20세기 최고의 변증가로 꼽히는 C S 루이스가 G K 체스터턴(1874∼1936)에 대해 남긴 말이다. 기독교 저술가 필립 얀시는 “그는 죽어가는 나의 신앙을 소생시켜 주었다”라고 고백했다. 체스터턴의 ‘정통’(Orthodoxy, 1908)은 기독교 변증의 고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먼저 필자가 홀로 고민한 내용을 다루고, 필자의 고민이 놀랍게도 기독교 신학에 의해 감쪽같이 풀리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고 썼다. 체스터턴은, 기독교를 배척하면서 그 시대를 주조하던 사상인 유물론 진화론 과학주의 니체주의 자유주의 등과 맹렬하게 전투를 벌인다. 정통은 그의 지적 여정을 담은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그와 실제 논쟁했던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나 H G 웰즈가 불쑥 등장하는가 하면 지그문트 프로이드나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만일 이 책이 하나의 농담이라면, 그것은 나를 반박하는 농담이다.”(39쪽) 끊임없는 역설과 해학, 비유와 논리로 가득한 그의 책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끝까지 읽는다면 우리가 가진 기독교 사상의 영토를 어떤 책보다 더 비옥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체스터턴의 낙관성과 자신만만한 태도는 오늘날 무신론자의 공격에 시달리는 기독교인에게 환희를 전염시킨다. “비관주의는 기껏해야 감정적인 반쪽짜리 휴일일 뿐이다. 기쁨은 모든 것을 살아 숨쉬게 하는 소란한 노동과 같다.”(342쪽)

그의 통찰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많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비록 하인일지언정 좋은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라고 일러준다.”(117쪽)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는 5일 “100여년 전 글이라고 생각하고 펼쳐봐도 전혀 낡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정독한 뒤 여러번 다시 읽으라”고 권했다. 2010년 번역본을 새로 손질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