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올해 나이를 물었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입니다”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50이 안 됐네. (그런데) 평소에도 동문서답이 버릇이냐”고 몰아쳤다. 이 부회장은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안 의원은 “최순실에게 억대 돈, 정유라에게 말을 건넬 당시 장충기 사장의 보고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또 “300억원이 껌값이냐. 어떻게 보고를 안 할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고, 이 부회장은 답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안 의원은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고 몰아세웠다.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 총수들을 향해 쏟아진 공격의 한 장면이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들은 자신은 물론 그룹 운영 전반을 겨냥한 십자포화를 맞았다. 주요 ‘타깃’이 된 이 부회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눈을 찔끔 감고 안경을 추켜올리는 등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스틸러’였다. 정 회장은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회 입장 시 현대차 수행원들이 민간인을 폭행했다는 보도에 유감을 표해 달라”고 요구하자 “사람도 많고 하니 사과는 드리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의원들이 이 부회장 등 주변 총수들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자신을 향해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에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자 “의사는 당연히 있죠. 비용에서 결제되는데”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청문회 말미에 “정 회장과는 소통이 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이 정도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평했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은 청문회와 관계없는 질의를 이어가 눈총을 샀다. 최 의원은 기업 총수들에게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저출산과 청년실업이다. 기업에서 고민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거듭 던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업들이 기부금도 많이 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 질문에 정 회장은 “물론 관심은 있죠. 저도 딸 셋에 아들도 있고 형제도 있으니까”라며 겸연쩍은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은 오후 질의 시작 후 “정 회장과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세 명에게 질문을 먼저 한 뒤 돌려보내자”고 제안했다. 이들이 고령과 건강 문제로 오래 앉아있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아직 건강에 우려가 없어 보인다”는 야당의 반대로 오후 질의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 의원은 저녁식사 이후 다시 “현대차로부터 정 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는 쪽지가 왔다”며 쪽지를 들어보이면서 고령인 회장들의 조퇴를 촉구했다. 결국 국회 의무실까지 다녀왔던 정 회장이 저녁시간 병원으로 이동해 자리를 떴고, 이후 구본무 LG 회장, 손경식 회장, 김승연 회장이 질의응답을 마친 뒤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중간 중간 긴장이 풀리는 순간도 있었다. 안 의원은 “‘나는 전경련 해체를 반대한다’ 하는 분들 손 한번 들어보시라”는 공통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신동빈 롯데 회장을 시작으로 정몽구 구본무 김승연 조양호 허창수 회장 등 6명이 ‘눈치게임’하듯 시간차를 두고 쭈뼛쭈뼛 손을 들어 방청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나이도 어린데 동문서답… 머리 굴리지 마세요”… 청문회 이모저모
입력 2016-12-07 0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