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세월호 당일 ‘올림머리’하느라 90분 허비”

입력 2016-12-06 21:40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전속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 이상을 허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박 대통령이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지시하고 5시15분 현장에 도착하기 전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 일부러 머리를 부스스하게 헝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모(55)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낮 12시쯤 청와대로부터 급히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정 원장은 2005년부터 박 대통령 머리 손질을 전담해왔다. 해외 순방 때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머리는 박 대통령이 정계 입문 이후 고수해온 트레이드마크다.

감사원의 ‘청와대에 대한 조사 과정 및 내용’ 문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23분 이미 ‘315명의 미구조 인원들이 실종되거나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정 원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가 이미 다 가라앉은 절박한 상황에서 머리를 만지느라 90분을 허투루 보낸 셈이 된다.

박 대통령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를 전후해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하고, 중대본을 방문하기 전 의도적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정 원장은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아침에도 대통령 머리 손질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머리 상태가 평소와 왜 달랐는지 묻자 “그건 일부러…. 그때 비상사태였고 그런 옷(민방위 점퍼)를 입으셨잖아요”라고 답했다. 미용 전문가들은 중대본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머리에 대해 전문가가 한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원장이 평소 아침에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완성한 뒤 오전 10시반쯤 청담동 미용실로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후 3시를 전후해 연락을 받고 다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오후 3시는 박 대통령이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인원 혼선을 질책하고 중대본 방문을 지시한 때다.

청와대는 참사 당일 관저에 외부 방문객은 물론 내부 근무자의 출입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전날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외부에서 (관저에) 들어온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내부 근무자의 출입은 있었느냐’는 질문에 “간호장교가 가글을 전달해주러 간 것은 확인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참고자료를 통해 “사고 당일 출입기록에 따르면 (미용사는) 오후 3시20분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고 밝혔다. 또 “경호가 출동 준비를 하는 동안 서면보고를 받으며 머리손질을 했다”고 덧붙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