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어린데 동문서답” “내 잘못 있으면 책임”… 재벌 총수들 반응 각양각색

입력 2016-12-07 00:00
9개 그룹 총수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총수들은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대부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올해 나이를 물었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입니다”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50이 안 됐네. (그런데) 평소에도 동문서답이 버릇이냐”고 몰아쳤다. 이 부회장은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안 의원은 “최순실에게 억대 돈, 정유라에게 말을 건낼 당시 장충기 사장의 보고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답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안 의원은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고 몰아세웠다.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 총수들을 향해 쏟아진 공격의 한 장면이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들은 자신들은 물론 그룹 운영 전반을 겨냥한 십자포화를 맞았다.

총수들은 5일 국조특위에 출석하면서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총수들은 청문회장에 입장해서는 굳은 표정으로 준비한 서류들만 챙겨볼 뿐 서로 대화는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종 긴장한 기색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또 얼버무렸다. “잘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과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사과를 수차례 반복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눈을 찔끔 감고 안경을 추켜올리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문회의 주연이 이 부회장이었다면 ‘신스틸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회 입장 시 현대 수행원들이 민간인을 폭행했다는 보도에 유감을 표해 달라”고 요구하자 정색하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 의원이 거듭 요구하자 “사람도 많고 하니 사과는 드리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출산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지적에는 “물론 관심은 있죠. 저도 딸 셋에 아들 하나가 있는데”라며 미소 짓는 여유도 보였다.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의사는 당연히 있죠. 비용에서 결제되는데”라고 바로 답했다. 정 회장은 의원들이 이 부회장 등 주변 총수들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자신을 향한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에는 못마땅한 기색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손경식 CJ 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도 다른 총수들에 비해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손 회장은 정경유착이나 대통령과 관련한 민감한 화제에도 “군부정권 때나 있었던 일” “(대통령이 기업 인사에 개입할 권한이) 제 생각엔 없다”는 등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중간중간 긴장이 풀리는 순간도 있었다. 안 의원은 “‘나는 전경련 해체를 반대한다’ 하는 분들 손 한번 들어보시라”고 총수 9명에게 공통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신동빈 롯데 회장을 시작으로 정몽구 구본무 김승연 조양호 허창수 회장 등 6명이 마치 ‘눈치게임’하듯 시간차를 두고 쭈뼛쭈뼛 손을 들어 방청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신 회장은 한국어가 다소 서툰 탓에 의원들의 질문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거나 어눌하게 대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점심식사 이후 정 회장과 손 회장, 김 회장 등 세 명에게 질문을 먼저 한 뒤 돌려보내자고 제안했다. 이들 회장이 건강과 고령 때문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 박범계 의원은 “아직 건강에 우려가 없어 보인다”며 거절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