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올해 나이를 물었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입니다”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50이 안 됐네. (그런데) 평소에도 동문서답이 버릇이냐”고 몰아쳤다. 이 부회장은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안 의원은 “최순실에게 억대 돈, 정유라에게 말을 건낼 당시 장충기 사장의 보고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답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안 의원은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고 몰아세웠다.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 총수들을 향해 쏟아진 공격의 한 장면이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들은 자신들은 물론 그룹 운영 전반을 겨냥한 십자포화를 맞았다.
총수들은 5일 국조특위에 출석하면서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총수들은 청문회장에 입장해서는 굳은 표정으로 준비한 서류들만 챙겨볼 뿐 서로 대화는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종 긴장한 기색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또 얼버무렸다. “잘 모르겠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과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사과를 수차례 반복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눈을 찔끔 감고 안경을 추켜올리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문회의 주연이 이 부회장이었다면 ‘신스틸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회 입장 시 현대 수행원들이 민간인을 폭행했다는 보도에 유감을 표해 달라”고 요구하자 정색하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 의원이 거듭 요구하자 “사람도 많고 하니 사과는 드리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출산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지적에는 “물론 관심은 있죠. 저도 딸 셋에 아들 하나가 있는데”라며 미소 짓는 여유도 보였다.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의사는 당연히 있죠. 비용에서 결제되는데”라고 바로 답했다. 정 회장은 의원들이 이 부회장 등 주변 총수들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자신을 향한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에는 못마땅한 기색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손경식 CJ 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도 다른 총수들에 비해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손 회장은 정경유착이나 대통령과 관련한 민감한 화제에도 “군부정권 때나 있었던 일” “(대통령이 기업 인사에 개입할 권한이) 제 생각엔 없다”는 등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중간중간 긴장이 풀리는 순간도 있었다. 안 의원은 “‘나는 전경련 해체를 반대한다’ 하는 분들 손 한번 들어보시라”고 총수 9명에게 공통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신동빈 롯데 회장을 시작으로 정몽구 구본무 김승연 조양호 허창수 회장 등 6명이 마치 ‘눈치게임’하듯 시간차를 두고 쭈뼛쭈뼛 손을 들어 방청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신 회장은 한국어가 다소 서툰 탓에 의원들의 질문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거나 어눌하게 대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점심식사 이후 정 회장과 손 회장, 김 회장 등 세 명에게 질문을 먼저 한 뒤 돌려보내자고 제안했다. 이들 회장이 건강과 고령 때문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 박범계 의원은 “아직 건강에 우려가 없어 보인다”며 거절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나이도 어린데 동문서답” “내 잘못 있으면 책임”… 재벌 총수들 반응 각양각색
입력 2016-1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