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주류 ‘탄핵 배수진’에 朴 ‘국면전환 시간벌기’

입력 2016-12-06 18:11 수정 2016-12-06 21:39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탄핵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 중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법적 싸움에 전념하며 최장 6개월의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질서 있는 퇴진’에서 탄핵으로 돌아선 새누리당 비주류에 ‘탄핵 불참’을 호소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박 대통령의 마지막 국면전환 카드인 셈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청와대 회동을 한 뒤 “박 대통령은 평화적,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것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치 일정을 명확하게 한다는 생각을 줄곧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협의로 ‘퇴진 로드맵’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자신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깊은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헌재가 탄핵심판 과정에 들어가더라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주장했던 ‘탄핵안 가결 직후 자진사퇴’ 요구도 일축한 것이다. 최순실씨와의 공모 혐의를 부인했던 박 대통령은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한 정면 승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며 다른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청와대 회동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 정 원내대표와 55분간 대화를 나누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오찬 중이던 오후 1시15분쯤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대통령이 만나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오후 2시 청와대에 도착해 3시25분까지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오후 2시 열리기로 했던 새누리당 의원총회도 청와대 회동 때문에 오후 4시로 미뤄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4월 퇴임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한 카드”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탄핵 절차는 거부될 수 없는 요구”라며 “흔들림 없이 탄핵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는 야당이 일부러 탄핵안을 부결시켜 새누리당 비주류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음모론’에 대한 대책까지 논의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인식이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탄핵안 표결을 통해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우리가 꼭 보여주자는 얘기를 (의원총회에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표결에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후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적 권한을 정정당당하게 자유투표로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당론으로 채택했던 ‘4월 퇴진, 6월 대선’ 방안은 철회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