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떼는 삼성·SK·LG… 전경련, 해체수순

입력 2016-12-06 18:31 수정 2016-12-06 21:20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린 여의도 국회의사당 후문 출입구 앞에서 시민들이 6일 재벌 총수 구속 및 전경련 해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영희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상징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전경련 회원사 중 가장 비중이 큰 삼성과 SK LG의 탈퇴로 다른 회원사들의 이탈이 잇따를 전망이다. 국정조사 위원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로 전락한 전경련의 구태를 한목소리로 질타하며 전경련을 대신할 투명한 재단 설립을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경련 탈퇴를 약속할 수 있느냐”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삼성은 전경련을 탈퇴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선배 회장님들도 계시고 전경련 직원들도 많이 있고, 전경련 자체에 대해 무엇이라 말할 자격은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전경련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이 “기부금 중지를 선언하라”고 다그치자 “그러겠다”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은 최 회장에게도 “문제가 있는 전경련에서 탈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최 회장은 “네.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 회장도 하 의원의 같은 질문에 “네”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의 탈퇴 선언으로 전경련 해체는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는 의원은 손을 들라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요구에 CJ그룹 손경식 회장도 손을 들지 않았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와 수익사업으로 운영된다. 주요 그룹이 탈퇴하면 전경련의 예산도 급격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5대 그룹이 매년 내는 전경련 회비 규모가 200억원대이고, 그룹당 30억∼40억원이라고 했다. 회비 외에 각종 기부금까지 합하면 삼성은 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전경련 전체 예산의 20∼30%를 낸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 SK와 LG, CJ까지 빠지게 되면 전경련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민간재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미 공기업들은 최근 전경련을 탈퇴하거나 탈퇴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전경련은 위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전경련은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걷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지원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모금에 앞장서기도 했었다. 당시 청문회장에 섰던 정주영 회장은 “(정권에서)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라며 모금 사실을 인정했었다. 전경련은 최근 극우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허 회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미국은 전경련 같은 조직이 없다. 전경련을 해체하고 다른 투명한 재단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구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 같은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정현수 허경구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