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조직위원장 사퇴 정부가 직접 통보했다”

입력 2016-12-06 18:26 수정 2016-12-06 21:4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다른 재벌 총수들과 함께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영희 기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직에서 사퇴하라는 통보를 정부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증언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퇴진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이들이 ‘찍혀나갔다’는 의혹이 대기업 총수들의 입으로 확인된 셈이다.

조 회장은 6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지난 5월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조직위원장직에서) 사퇴하라고 통보받았다”며 “이유는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상 지쳐 있었고 임명권자의 뜻이라 생각해 물러났다”고 했다. 다만 사퇴 지시가 최순실씨와의 불화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를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청와대의 인사 청탁도 시인했다. 그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한항공에 다니는 고영태씨의 친척 A씨를 제주지점으로 발령내 달라고 부탁했다는 점도 직접 밝혔다. A씨가 제주 지점으로 옮긴 뒤 사내 성추행에 연루돼 파면됐을 때도 안 수석이 구명로비를 했으나 이는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손 회장은 청문회에서 “(2013년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부회장)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했다”며 “조 수석은 ‘대통령 말씀’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며 “조 전 수석이 확실히 말씀을 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손 회장은 “과거 군부정권 때나 이런 경우가 있었다”며 청와대의 사퇴 압력을 과거 군사정권 당시 행태에 빗대 답변했다.

손 회장은 청와대의 퇴진 요구를 이 부회장에게 전달했으나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그럴 리가 없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조 전 수석과 통화한 뒤 이를 녹취해 이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부회장이 업무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 CJ의 세계화, 글로벌 일들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했지만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