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속으로 들어온 촛불-(상)] ‘공의’ 따르되 ‘기도의 촛불’은 흔들리지 않게

입력 2016-12-06 21:08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연 시국기도회에 참가한 목회자와 성도 200여명이 찬송을 부르고 있다. 아래는 서울 연동교회 외벽의 현수막.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과 뜻을 함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고난함께 제공, 강민석 선임기자
촛불집회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기독교인 참가자들도 많아지면서 '촛불'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촛불 민심을 반영한 목회자의 설교가 선포되고 교인들의 대표기도 속에는 국가와 민족을 향한 중보기도가 쏟아진다. 소그룹이나 구역모임 등에서도 시국을 화제(話題) 삼아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최근 교회의 일상이 변모하고 있다.

서울 서문교회(손달익 목사) 청년부는 주일인 지난 4일 청년들에게 초를 나눠주고 촛불을 밝힌 가운데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청년부원들은 ‘서문청년부 시국예배 공동기도문’을 함께 읽었고, ‘현 시국을 가슴 아파하며’ ‘우리들 마음의 위로를 구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정의로운 심판을 구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라는 5가지 제목으로 기도했다.

청년부는 또 ‘일어나 비추어라(사 60:1)-현 시국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서문교회 청년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동안 교회 밖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고백하고 “소망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성령이 새롭게 하신 양심을 가지고 오늘 우리는 이 땅을 변화시키는 일에 물러서지 않고 기도하고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60여명의 청년부원들은 시국기도회를 위해 몇 주 전부터 소그룹 모임에서 공평과 정의의 하나님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공동기도문과 입장문을 그룹별로 만들었다. 청년부 담당 박성민 목사는 “사회의 정의 실현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기에 현 시국에 맞춰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국기도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교회 전체가 아예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그 취지를 담은 현수막을 교회 벽에 달아놓은 곳도 있었다.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이 시무하는 서울 연동교회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과 함께합니다’라는 표어를 쓴 대형 현수막을 교회 외벽에 걸었다. 예배당은 종로5가 지하철역과 대학로를 잇는 길가에 접해 있어 지나는 행인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광주 북구 큰사랑교회도 교회당 외벽에 ‘국민이 주민입니다. 퇴진이 민심입니다’를 달았다. 글귀는 ‘큰사랑교회 교우 일동’으로 썼다. 순천시 하늘씨앗교회도 건물 외벽에 ‘박근혜 퇴진’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를 걸었다.

크리스천 네티즌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촛불 사진을 올리며 촛불 민심을 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교회 수련회 때 찍었던 촛불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촛불 민심을 무시하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라고 썼다.

주도홍 백석대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시국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랑과 공의의 두 관점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죄악에 대해서는 분명히 십자가에 못박아야 하지만 정죄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추한 죄가 드러나는 것을 통해 인간의 부패와 어리석음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신상목 강주화 김아영 기자 smshi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