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문 여닫기, 담배와 간식 심부름, 자녀들 학원 통학까지….
약품 도매상 직원들에게 8년 동안 이 같은 ‘갑질’을 한 약사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서부경찰서는 6일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약품 도매상 직원들에게 허드렛일을 시켜온 혐의(강요 등)로 모 대형약국 약사부부 A씨(45)와 B씨(41·여)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모 대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 부부는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약품 도매상 직원들에게 약국 청소와 화분 진열, 은행 업무 등 온갖 잡일을 시켜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약국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며 매월 10억원 정도의 약품을 거래하는 도매상 간부와 직원들을 압박했다.
도매상은 A부부의 약국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8년 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직원 2∼3명을 약국에 상주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매상 직원들은 경찰에서 “머슴처럼 일을 시켜 모멸감을 느꼈지만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개·폐점 시간에 약국 직원을 대신해 셔터 문을 여닫는 약품 도매상 직원 촬영사진과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약국 내 CCTV 영상 등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A씨 부부는 “심부름을 시킨 것은 맞지만 의약품 거래 중인 도매상 직원들이 스스로 도와준 것”이라며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약국이 다른 제약회사 직원들에게도 ‘갑질’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죄를 수사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나는 대형약국 머슴이었다”
입력 2016-12-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