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靑 안가로 불러 아낌없는 지원 요청했다”

입력 2016-12-07 04:09
9개 그룹 총수를 비롯한 증인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오른손을 들고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 안가(安家) 등으로 불러 “문화융성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연락과 독대 일정 조율에 깊숙이 관여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과 독대했던 총수들은 6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증언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7월 25일) 박 대통령과 30∼40분 독대했다”며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심히 해달라는 말을 했고, 아버님(이건희 회장) 건강, 휴대폰 사업, 국내 투자 등을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기부해달라는 얘기는 없었다. 재단이나 출연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솔직히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독대 장소에 대해서는 “청와대 근처에 있는 어느 자택 건물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안가에서 두 번 만났다”며 독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복귀하던 중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오후 3시부터 15분 정도 면담했다”고 했다. 그는 일정 조정을 부탁했지만 안 전 수석은 “타 그룹 면담 일정을 조정해 시간을 만들 테니 오늘(지난해 7월 24일) 진행하자”고 재차 요청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독대에서 “남북통일시대 준비, 남한과 북한의 이질감 해소 노력을 위해 소프트한 접근이 필요하고, 문화·체육 교류 접근이 필요하다”며 “CJ가 열심히 문화사업을 해 달라”고 말했다고 손 회장은 말했다. 이어 “면담시간이 15분에 불과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정유라씨 동창 부친이 운영하는 업체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언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회장 측 변호인은 ‘정 회장이 2014년 11월 27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이 케이디코퍼레이션 기술 채택을 언급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로부터 ‘면담 말미에 그 회사 이야기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독대나 면담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지원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4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상태, 국내 내수산업 현황과 평창올림픽 성공 방안 등을 이야기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요청 의혹을 부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물어봐 답변해드렸다”고 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