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한국경제, 성장우선주의 버려라 (중)] 한국 경제 수장 공백, 국제사회 리스크로

입력 2016-12-06 19:19

경제 컨트롤타워가 표류한 지 꼭 한 달째인 지난 1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한국의 누구와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어색하게 공존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사실상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중단된 상태를 시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측에 별다른 항의도 못하고 부글부글 속만 끓이고 있다.

수출·소비·투자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인 한국경제에 컨트롤타워 부재는 국제사회에서조차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임 금융위원장을 후임 경제부총리로 내정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혼란이 이어지면서 임명 절차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유 부총리가 동요하는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의욕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내우외환에 빠져 있는 경제를 다잡고, 추진력 있게 새 판을 짤 리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1∼3기 경제팀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저성장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 공약가계부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을 만들었지만 공공기관 개혁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최경환 부총리의 2기 경제팀은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정책 기조 전환을 꾀했다. 위축된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청사진은 좋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후임 경제팀에 재정 소진과 사상 최대 가계부채라는 짐만 남겨놓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정책에 자신의 색깔조차 입히지 못하고 무색무취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6일 “임 위원장 내정 논란을 겪으며 힘에 부쳐하는 것 같다”면서 “유 부총리가 그대로 끌고 가기에는 우리 경제가 너무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수장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대 오정근 특임교수는 “한국경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면서 “정책 추진력과 전문성을 갖춘 경제부총리가 와서 혁신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말 복지부동 상태인 경제 관료를 움직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에 대한 한시적 면책권을 줘서라도 큰 틀에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안심할 수 있고 경제적 난제를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경제부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