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代 이어 출석… 5명은 代 이어 돈 내

입력 2016-12-06 18:18 수정 2016-12-06 21:33
9개 그룹 총수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총수들은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대부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종학 선임기자

1988년 12월 열렸던 국회 ‘5공(共) 비리 조사 특위’ 청문회에는 재벌 회장 6명이 출석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유찬우 풍산금속 회장, 장치혁 고려합섬 회장이 청문회장에 섰다.

당시 청문회의 핵심은 일해재단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위해 설립한 일해재단에 재벌들이 기부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강제성과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정권 차원에서 기부금을 걷었고, 재벌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루트로 자금을 제공한 공통점이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개입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역할은 5공 실세였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맡았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가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추궁했다면, 88년 청문회는 전(前) 정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정주영 회장은 청문회장에서 “(기부금을 세 차례 냈는데) 1차는 날아갈듯이 냈고, 2차는 자발적으로 냈고, 3차부터는 내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으로 냈다”고 말했다. 장치혁 회장은 “성금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을 느껴 일해성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장세동 전 부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내가 입을 열면 모두가 다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제 6명이 있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이 언급한 기업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 구본무 LG 회장(구자경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SK 회장(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조양호 한진 회장(조중훈 전 회장의 아들), 신동빈 롯데 회장(신격호 전 회장의 아들)이다.

하지만 이는 하 의원이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 나온 회장의 부친들이 일해재단에 기부금을 제공했긴 했으나 정주영 전 회장을 제외한 다섯 명의 전 회장들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