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국내외 예외 없이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잠식하는 해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성장·저소비라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취급되는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에 이어 정치 리스크의 일상화라는 ‘정치의 뉴노멀’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은 가운데 시중금리의 완만한 상승도 예측되고 있다.
6일 하나금융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의 ‘2017년 경제환경: 정치 리스크의 전면화’ 분석을 보면 내년 국내 경제는 정치 불안 및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회복 제한과 소비부진 장기화로 2.3% 성장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김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의 부진으로 정부 부문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지만, 정치 불확실성으로 정부의 적극적 재정 확대보다는 재정 건전성 강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특히 “특검 및 탄핵으로 정치 혼란과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면 사회 안정성이 저하돼 추가적 투자 위축과 경제 활력 둔화가 예상된다”며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2%대 성장도 자신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들어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한·미동맹 재검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규제’ 등을 다시 꺼낸다면 우리 경제에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외적으론 최근 트럼프 행정부 인선에서 보호주의 성향 인사들이 중용되는 점을 정치 리스크로 꼽았다. 이달에 있었던 이탈리아 국민투표, 오스트리아 대선에 이어 내년의 네덜란드 총선(3월), 프랑스 대선(4∼5월), 독일 총선(9∼10월)에서 유럽의 분리주의가 세력을 얻고 있는 흐름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인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위험 지속 등으로 집약되는 경제의 뉴노멀에 이어 이제는 정치 리스크의 일상화라는 정치의 뉴노멀이 전면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내년 정책금리를 동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중금리는 경기부진 탓에 일시적 반락이 있을 수 있지만, 통화정책 제약과 대외금리 상승에 따라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 5일 집행간부 회의를 소집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 총재는 당초 예정됐던 라오스 중앙은행 협력 관련 해외출장을 취소하고 회의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크게 높아진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현 경제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보다 면밀히 점검하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내년 ‘정치 리스크’가 경제 잠식할 것”
입력 2016-12-07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