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남녀 프로농구 신인 1순위 센터 이종현(22·울산 모비스)과 박지수(18·청주 KB스타즈)를 지명한 두 감독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평소 냉철하기로 소문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신인 1순위 지명권이 확정되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세상을 다 가진 듯 포효했다. KB 안덕수 감독은 드래프트 당일 대형신인 박지수를 뽑은 뒤 큰절로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올 시즌 리그가 시작된지 한 달 반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1순위 지명에 성공한 감독들의 환호성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프로농구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됐던 이종현과 박지수가 나란히 아마추어 시절의 혹사로 부상을 당해 지금까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특급신인에 가려있던 2순위 신인들은 펄펄 날아 소속구단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비스는 이종현을 지명해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종현은 프로 데뷔 전 혹사 탓에 오른발 피로골절로 3개월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모비스는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서울 SK에 81대 75로 승리했다. 7승 9패로 단독 6위다. 통산 6차례 우승한 전통의 강호답지 않은 모습이다. 이종현의 복귀는 빨라야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내년 1월말로 예상된다.
박지수도 혹사 때문에 탈이 났다. 박지수는 지난달 여자농구대표팀에 소집돼 프로 데뷔를 미뤘다. 하지만 18세 이하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뜻밖의 발등 부상을 당했다. 박지수 부재로 KB는 리그 6개팀 중 5위(4승 7패)다. 박지수는 깁스를 풀고 재활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
반면 1순위의 그림자에 가렸던 최준용(22·SK)과 이주연(18·용인 삼성생명)은 투지가 넘치는 플레이로 소속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2순위의 반란을 일으킬 신인왕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세대 시절 가드와 포워드를 넘나들며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았던 최준용은 매 경기 30분 이상 꾸준히 출전하며 SK 주전 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6일 현재 국내선수 리바운드, 블록슛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득점력까지 좋아지고 있다.
인천 인성여고 시절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이주연은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빠른 스피드가 강점이다. 해결사 기질도 갖춰 삼성생명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프로 데뷔전에서는 18분만 뛰고 10점을 기록했다.
여자농구의 신인선수가 데뷔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2007년 이선화(16점)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리그 전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삼성생명은 이주연의 활약 등으로 현재 공동 2위(5승 6패)에 올라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남녀 프로농구 ‘엇갈린 희비’
입력 2016-12-07 04:09